결혼하고 좋은 점
결혼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마음에 편안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을 하든 응원하는 내 편이 있어 마음 깊은 곳에 가지고 있던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불안이 사라지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사랑을 주고받는 게 더 편해졌다. 예전에는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이 중요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그 중심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저녁 메뉴부터 대화 주제, 리액션까지 그에게 맞췄다.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게 내가 사랑을 주는 방식이었다. 열심히 주는 건 쉬웠고 받는 건 어려워했다.
상담받으며 내 관심 레이더가 바깥을 향해 있고 이게 나를 얼마나 힘들 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방향을 안쪽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대를 챙기기 전에 먼저 나를 챙기려고 한다. 사랑과 관심을 열심히 주었으니 받아도 된다고 자연스럽게 여기려 한다. 바로 옆에서 남편이 끝없는 지지와 사랑을 표현해 주는 덕분에 늘 긴장상태였던 마음 근육이 조금씩 이완되고 있다.
결혼하고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더 생겼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이다. 사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많이 뵙지 못해서 시댁을 가기 전에는 조금 긴장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설은 결혼하고 나서 첫 명절이라 더 긴장했다. 그런데 짧은 1박 2일 동안 사랑만 듬뿍 받아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채로 돌아왔다. 신혼부부를 위한 방석이라며 새 방석을 보여주셨고 '전라도식 떡국은 처음이지?' 하시며 한가득 주셨다. 콜라비, 대봉 등 간식도 계속 꺼내주시면서도 내내 무엇을 챙겨줄지 물어보셨다.
아버님은 팥을 좋아한다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팥빵 사러 가자며 일어나셨다. 한숨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 계셨다는 사실에 놀랬고 또 좋아하는 음식을 바로 사주시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아버님이 말씀하신 팥빵은 붕어빵이었다. 점심도 간식도 먹어 배불렀지만 붕어빵은 좋았다. 아버님은 단골 붕어빵집에서 무려 만 원어치를 주문하셨다. '붕어빵 만 원어치'는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라 놀란 만큼 설레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아버님께서 따끈한 붕어빵 두 개는 바로 달라고 해 나와 오빠에게 한 개씩 챙겨주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간식도 먹었지만 붕어빵을 또 맛있게 먹었다.
머무는 동안 내내 무엇이든 주려 하시고 올라가기 전에는 차를 가득 채울 만큼 채소며 반찬이며 집에 있는 살림살이까지도 다 꺼내어 주셨다. 그 마음이 다 사랑이라는 걸 알아서 벅차고 감사했다. 앞으로는 긴장하지 않고 말랑한 마음으로 가서 사랑을 듬뿍 받고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