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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n 18. 2021

내가 사랑하는 작고 소중한

동네 책방이 늘어가길 소망하며

나에게는 온도, 습도 그리고 공기까지도 사랑하는 공간이 동네마다 있다. 그 공간에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사람들의 조용한 말소리 혹은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공간 가득 채워져 있는 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까지 그 공간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책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눈치챘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 공간은 동네 책방이다. 예전에는 '서점'하면 그저 책이 굉장히 많이 있는 곳, 친구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구경하기 좋은 곳 정도였다. 원래도 책을 사서 읽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편이었고 책을 빌리다 지쳐 이북리더기를 구입하였으니 서점과 나 사이에는 늘 일정한 간격이 있었다. 우리 동네의 서점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그 자리에 새로 생긴 치킨집을 보면서 무심히 깨달았을 정도였다.


나만 그 간격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동네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켰던 동네 서점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을 구입하는 방법은 온라인 서점 아니면 오프라인의 대형서점 이렇게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의 첫 번째 시내인 남포동의 남포문고는 위치만 옮겼을 뿐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고 클릭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시대의 흐름이 동네의 작은 서점에겐 너무 커다란 파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젠 필요한 책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게 당연해졌다. 그렇게 서점은 사라지는 공간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동네의 자그마한 곳에 터를 잡은 서점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은 서점들이 여러 동네에 등장하자 독립 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서점이 어떻게 변화하여 다시 주목받고 그 공간에 사람들을 모으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기사로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카페에서 조금 더 확장된 공간, 책을 읽으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독립 서점을 직접 가보니 사랑받을 만한 공간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에는 동네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동네 책방이 꽤 많이 있고 이 책방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아 책방 투어 프로그램까지 있었다. 나도 하나 둘 근처의 책방을 찾아가다 보니 책방만을 위해 서에서 동으로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기꺼이 갈 정도로 점점 매력에 빠졌다. 만난 책방마다 곳곳에 책방지기의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어떤 책들 어떻게 진열되어 있는지 다 다르다 보니 전국 책방을 도장깨기 하듯 찾아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독립 서점이 동네 책방으로 친근하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그 공간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동네 책방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책방은 책방지기의 흥미에 따라 다양하게 큐레이션 되는데 보통 빠지지 않는 주제가 환경보호소수의 이야기이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 주제에 대해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 혹은, 이런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에 책방을 차리게 되는지, 어느 게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라는 걸 진열된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독립 출판물이다. 동네 책방에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독립출판물들이 진열되어있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간 이야기를 진열한 가게가 있다는 게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동네 책방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이다. 혼밥, 혼술, 혼영, 혼여... 우리는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연결되어야 하는 존재라고 믿는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계를 넓혀가야 한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서 작가와 다른 독자 그리고 책방지기와 연결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렇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세대를, 동물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선한 마음이 책에 담겨 있고 동네 책방을 통해 뻗어나가니 나는 작고 소중한 동네 책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못 가본 책방이 훨씬 많지만 이런 사랑스러운 공간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취향을 저격하는 필사의 책상이 있는 제주 '책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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