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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영화

미키17을 보고

by 다정

주말에 오빠와 미키17을 보고 왔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는 얼른 오빠랑 하나하나 곱씹고 싶어서 설렜다. 예를 들어 나샤가 보여준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성격이 조금씩 다른 미키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생체 복제가 가능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등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아서 너무 신나게 영화관을 나섰다.


오빠는 익스펜더블의 대우가 아쉽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미지의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죽으면서 숭고한 희생을 하는 사람이니 실험체보다는 개척자로 대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전제 자체를 뒤흔드는 관점이라 신기했다. 영화 내내 미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묘하게 느낀 불편함의 이유가 거기 있었다. 하지만 그럼 실험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에도 동의했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기꺼이 저 역할을 하려고 할까.


나는 근미래 환경에 대해 말했다. 52년쯤 되면 저 정도로 환경이 파괴될까? 지구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되어 우주로 가게 될까? 그 와중에 마스크나 물을 살 때 마샬페이로 결제하면 5퍼센트 할인되는 모습은 의문점 없이 그럴듯해 웃펐다. 또, 법적이나 윤리적 책임이 해결되진 않더라도 신체를 복제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까? 개발된다면 어떻게 쓰일까? 인타임처럼 부유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계급이 나눠지지 않을까? 영화 시작 부분만 보더라도 이렇게나 이야기할 부분이 많았다.




이어 우리는 미키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미키이지만 태어날 때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다. 우리는 N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까 당연하다. 그럼 우리가 다시 태어난다면 좀 더 부각되길 바라는 성격이 있을까. 나는 지금의 나에게 없다고 봐도 무방한 성격의 내가 궁금했다. 하지 말라는 것을 궁금해하고 기꺼이 해보고 일탈을 즐기는 성격의 나는 과연 어떨까 싶었다. 오빠는 과거로 돌아갔다. 좀 더 전투적이고 열정 가득한 모습을 지키지 못해 아쉬웠다 말했다.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수록 지금의 내가 제일 나은 기분이다. 상상하는 또 다른 나는 타인이 된다. 결국 우리가 무한정 프린팅되든, 멀티버스가 있든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고 살아가는 나는 나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배우 인터뷰를 보다 보면 또 다른 이야깃거리들이 나온다. 한동안 미키17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 찾아볼 것 같다. 덕질의 끝에는 로버트 패튼슨의의 또 다른 영화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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