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금요일, 브런치에 글을 올린 뒤 곧장 부산역으로 향했다. 친구 H가 나를 보러 대구에서 부산까지 왔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을 하며 대구에서 4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서인지 대학교 친구들과 모임 장소는 대부분 대구로 결정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를 보러 부산에 올 때면 늘 고맙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맛집을 데려갈지, 이번엔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되기도 하지만 나의 생활 반경에서 같은 버스를 타는데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은 매번 새롭고 신기하다.
특히 이번 약속은 H와 처음 보내는 1박 2일이기에 더욱 신났다. 이제까지 모든 약속에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도 왜 1박 2일은 처음이지? 둘 다 의아했지만 그 의문을 깊게 논의하기엔 시간이 벌써 아쉬웠다. 봄이라기엔 살짝 추웠던 3월에 만난 뒤 반팔을 입고도 더운 6월이 되었기에 그 사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번에도 대화는 끝이 없었다. 다음 날이 있음에도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웠다.
H와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수시 합격생을 대상으로 1달간 합숙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첫째 날, 상주 캠퍼스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로 H였다. 우리는 아직도 그날을 곱씹곤 한다. 어색함을 이겨내고 서로를 알아가려고 애썼던 그 순간을. 전공도, 기숙사도, 생활 반경도 달랐던 우리가 저 때 아니면 만날 수 있었을까?우리는 운명이었나 봐 말하곤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만났기 때문일까, H와의 끈끈함은 흔히 평생 간다고 말하는 고등학교 친구 같다. 대학교 4년을 다니며 함께 보낸 시간은 한 달에 불과했지만 그 한 달이 얼마나 진했는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레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쌓이고 점점 더 단단해졌다.
H와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고 어떤 고민이든 나눌 수 있다. 그래서 H와 만나면 많이 웃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고 웃기는지 어느 순간 내가 웃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웃은 게 얼마만이지 싶어 낯설기도 하다. 그리고 때때로 울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혹은 내가 묻어뒀던, 지나쳤던 것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참 신기한 게 이렇게 우는 것마저도 개운하고 행복하다. 우리는 전공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서로의 꿈과 목표를 응원해주는 것만큼은 같다. 대학을 다닐 때 H가 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했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주는 H를 만나 나는 늘 힐링하게 된다. 내 마음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우고 매번 좀 더 나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이렇게 만남이 다채로우니 약속이 기다려지는구나 싶다. 우리가 왜 같이 1박을 한 적이 없을까 의아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나는 늘 H를 만나는 것, H를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었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주어지든 매번아쉬웠을 것이다.이번 1박 2일도 아쉽긴 마찬가지이지만 덕분에 이번 주가 꽉 차게 행복할 수 있었다. 나의 아무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앞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서로를 만나 잠시 쉬어가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H야,늘 고맙고 사... 는 동안 건강하게 많이 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