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상담
선생님 덕분에 살았죠.
마지막 상담을 마무리하며 어땠는지 물어보는 선생님께 저절로 저런 말이 나왔다. '만약에 내가 상담을 받지 았다면'을 상상하는 게 힘들다. 말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다리를 만들어줬지만 그 다리를 건넌 건 내가 한 일이라며 다시 나에게 칭찬을 돌려주셨다.
감기가 나으면 병원을 가지 않는 것처럼, 마음이 나았고 앞으로 상처를 관리하는 법까지 배웠기에 더 이상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 축하할 일인데 솔직하게 아쉬웠다. 작년, 첫 상담을 떠올리면 정말 힘들었고 감정도 막 쏟아져 나왔다. 선생님을 만나 내 몫과 타인의 몫을 구분하고 나한테 집중하게 됐다. 조금씩 나아졌다. 또 걱정이 찾아오면 똑같이 흔들렸지만 다시 나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중심을 잡게 되었다. 여전히 불안은 찾아오지만 예전만큼 많이 흔들리진 않는다. 지금은 평소에도 나를 살핀다. 선생님 덕분에 내가 나를 똑바로 보게 되었고 중심을 찾았고 단단해졌다. 그렇기에 아쉬워도 마지막이다.
마지막 상담에서는 어떤 경험을 나누기보다 내가 간직해야 할 말을 많이 들었다. 불안하면 잠시 멈춰서 나를 보자. 나한테 시간을 주자. 답은 남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나한테 있다. 살면 살아진다. 충전하는 방법을 많이 만들어두자 등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들이다. 다행히 이 문장들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되고 내 것 같다. 지금 내가 중심에 서있구나 느껴져 마음이 후련하다.
길게 목표하고 오래 계획을 세워도 우리는 오늘, 지금을 산다. 이 명확한 사실이 와닿지 않아서 한참을 뺑뺑 돌며 불안해했다. 이제 안다. 답은 내 안에 있으니 매일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다 힘들면 잠시 멈춰 설 용기도 나에게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책 읽기, 글쓰기, 오빠와 예능보기... 나를 채우고 또 하면 된다. 지금처럼 나를 믿으며 앞으로도 나와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