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휘몰아치는 연말
지금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
연말이라 그런지 깨달음을 얻는 작은 순간이 많다. 저번 주말, 강화에서 강화유니버스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과 지역 교류회 시간을 가졌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한 분이 '요리, 운동, 음악 이렇게 세 가지가 본인을 지탱하는 키워드'라고 하셨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나를 지탱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 중심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게 단박에 느껴졌다. 이를 보며 나를 지탱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좋은 사람과 글쓰기 그리고 남편. 지금 떠오르는 키워드는 이렇다. 그럼에도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실제로 내가 이를 중심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지내고 있어 그렇다. 덕분에 2024년을 마무리하기 딱 좋은 지금 속도를 조금 늦춰본다. 성과나 결과에 대한 압박을 한 꺼풀 벗기고 지금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중심을 찾아본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너무 당연한 문장이지만 어렵다. 특히 눈치나 공감처럼 다양한 단어로 평생을 타인 중심으로 살아왔기에 더욱 어렵다. 어릴 때보단 강단 있어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타인의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 내가 문제라고 빠르게 판단 내린다. 상담사님께서 "그렇게 이야기 한 상대에게 공감이 돼요?"라고 물었다. 그랬다. 공감이 됐다. "제 생각에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고 내가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해 조금 서운했을 수 있다며..." 구구절절 상대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늘어놓는 나를 보며 "다정 씨, 여전히 상대를 변호하고 있네요?" 하셨다. 내가 마음속에서 상대를 변호하기 시작하는 순간 나를 변호할 사람은 없다며 단호하게 나를 대변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상대에게 공감하는 다정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정작 나에겐 다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를 변호하기 위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니 자존감과 자신감만 떨어졌다. 2024년 연말에는 깨닫는 게 많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불편한 순간이 오면 나를 대변하기. 이제부턴 나에게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야겠다.
나를 돌아보며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니 마음이 금방 평안해졌다. 좋아하는 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큰 방향 안에 있는지도 확인해 본다. 다행히 그렇다. 여러 선택지 속에서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하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부족하지만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한바탕 질문이 휘몰아치고 평화로운 지금이 지나면 다시 또 조급한 마음이 찾아오고 나를 의심하는 순간도 종종 생기겠지만 이젠 이를 버티고 벗어나는 방법을 안다. 나를 중심으로 내 마음을 살피기.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며 내 삶을 지탱하는 요소를 확인하며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