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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자신감, 자신감, 자신감!

by 다정

누군가 앞에 선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나는 원래도 주려는 사람이라 더욱 그렇다. 프로그램이든 모임이든 강의든,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 기획할 때부터 준비하고 실행할 때까지 내내 이 마음을 첫 번째에 두니 부담은 더 커진다. 처음에는 진심을 다해 준비하면 이후에 얻어가는 건 그들의 몫이라고도 생각한 적이 있다. 분명 듣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듣는 사람으로도 말하는 사람으로도 종종 나가보니 말하는 사람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무엇이든 진심을 담으면 듣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말할 수 있는 게 내 이야기뿐이었다. 나의 실패와 두려움, 어두운 감정을 꺼내었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이게 전부라 발가벗은 심정으로 말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이런 이야기까지 들을 줄 몰랐는데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후기를 들었다. 훌륭하게 말을 잘한 건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너무 좋았다.


점차 말할 거리가 늘어났다. 내 이야기에 덧붙일 어떤 마음가짐, 소소한 방법, 작은 경험이 생겼다. 말할 거리가 더 많아졌는데 발표자리가 끝나고 전보다 덜 만족스러운 순간이 생겼다. 똑같이 준비했는데 왜 모자라다고 느꼈을까? 고민해 보니 이제는 진심에 더해 말하는 사람으로서 자세도 필요해졌다. 내가 준비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줄 거라는 에너지, 한 사람에게라도 전달될 거라는 믿음, 준비한 대로 차근차근해 나가는 침착함. 말하는 여러 자세 중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할 수 있고 해낼 거라는 자신감,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된다는 자신감, 말하는 이 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자신감. 이를 잠시 잊는 순간, 키를 놓친 배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된다. 밥먹듯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종종 이런 경우가 생긴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혼란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해결하는 법을 안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얼른 재정비하면 된다. 여유를 가지고 나를 믿기.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기. 이런 마음을 모아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기.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될 테니 위 마음들을 더욱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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