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사람은 소설 못 써요

소설 못 쓰는 사람이 쓴 소설

by 다정

첫 번째 책 <다정의 이유>를 내고 나서 동료이자 선배 작가가 물었다. 다음 책으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는지, 첫 번째 책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두 번째 책을 만드는 사람은 적다고도 덧붙였다. 다음 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저 말을 들으니 꼭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내고 나서야 어쩌면 내가 '쓰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도 쓰고 싶다고 생각한 터라 두 번째 책에 대한 결심이 섰다. 그러면서도 막연했다. 나를 다정하게 만든 순간에 대해 옮겼으니 다음에도 나에 관해 옮기게 될까? 지금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 상담받으며 나를 더 이해하게 된 내용? 어쩌면 소설을 쓰게 되려나?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소설 못 써요.


꽤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렵고 못한다는 이야기만 듣다 보니 울컥해서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하고 물었다. 우리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설가들은 보면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고 둥둥 떠있는 사람이라며, 그들은 그들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거고, 우리처럼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은 우리가 잘하는 글,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기는 글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과 둥둥 떠있는 사람. 은유적인 표현이 턱 하고 와닿았다.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됐다. 분명 나는 어떻게 봐도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고 못 쓴다는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에 더 자극받고 행동하는 반골기질이 있다. 소설을 못 쓴다는 이야기에 충격받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왜 못 써? 쓰면 되는 거지' 싶었다.




올해 하반기는 내내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데 힘을 주었다. 매일 아침 글쓰기 루틴을 더 열심히 지켰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휴대폰 메모장과 머릿속 어딘가에 던져 놓았던 씨앗을 한데 모아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어떻게든 싹을 틔워보려고 노력했다. 글을 쓰면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발이 땅에 붙어 있는 느낌을 여실히 느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아가려 했다.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내가 데드라인도 정해줬다. 12월에 열리는 제3회 마우스 북페어에 창작자로 신청해 뒀고 이 마감을 꼭 지켜야 했다. 예상했던 분량에 반도 못 미치지만 이걸 완성하는 게 먼저였다. 어떤 글은 시기를 놓치면 영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쓰기 위해 완성해야 했다. 부족함도 아쉬움도 있지만 편집을 시작했다. 덜어낼 부분은 과감하게 지우고 막막한 부분도 용기 내 수정하니 총 8편의 단편소설이 만들어졌다. 맞춤법 검사를 하고 디자인을 입히고 인쇄를 맡겼다. 마감에 딱 맞게 책이 완성되었다. 완성되어 나온 책을 보니 낯설었다. 조금 얼기설기한 부분도 완성의 미학을 따라 뿌듯하다.


12월 6일과 7일, 마우스북페어에서 처음으로 독자를 만난다. 어떤 독자를 만나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 궁금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얼른 2판을 찍고 싶다.


[표지] 할머니의 나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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