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완판작가, 오늘만 완판작가에서 오늘도 완판작가까지 가보자고-!
소설을 쓸 거라 마음먹고 매일매일 글을 쓰면서 잘 적히는 날도 있었지만 똑같은 자리를 맴도는 날도 있었다. 내가 시작한 이야기지만, 내가 만든 주인공이지만 이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조차도 상상이 안 되는 날이 많았다.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수정하고 편집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을 때, 제일 먼저 든 감정은 뿌듯함보단 두려움이었다. 이게 맞나? 답할 수 없는 질문에 사로잡혀 불안했다. 독자들에게 질타를 받을까 두렵고, 내 실력이 한참 모자라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기분이라 두려웠다.
그래서 아주 소량만 제작했다. 내년에 개정판을 내자며 티끌만큼 인쇄했다. 주변 사람들이 새 책에 대해 물어보면 웅얼거리며 소개하다 "그래서 적게 찍었어요."라며 얼른 대화를 끝냈다. 더 나은 글과 책을 위한 해적판이라 여겼다. 완성했으면서도 끝까지 스스로 의심하고 불안했다. 마우스북페어에서 독자와 대면하는 부스가 아니라 책만 진열해 두는 책방으로 참여하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쪽지를 써뒀으니 독자 반응은 추후에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극적인 마음이었다. 솔직한 감상평을 기대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은 계속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운 좋게도 책을 첫 공개하는 <제3회 마우스 북페어>에는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며 가며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생겼다. 마우스 북페어 1일 차, 책 판매에 대한 기대보다 스태프로 맡은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늦은 점심을 먹고 복귀하던 길, 스태프 단톡방에서 <할머니의 나라>가 품절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총 10권을 입고하였는데 벌써 다 팔렸다니, 내 책이 독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주변의 축하에도 쉬이 즐기진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첫날이고 첫 공개다 보니 가족들과 지인들이 많이 왔다 가서 그런 거라 여겼다.
완판이라는 데도 즐기지 못하는 마음. 이 마음은 잊으려니 다시 찾아온 가혹한 내 일부분이다.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줄 법도 한데, 나에게만 또 엄격하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라는 걸 마우스 북페어 2일 차에 타로를 보면서 확인했다. 타로를 다 보고 나와 내 책을 한참 읽는 독자를 보며 그제야 안심했다. 어제 완판은 축하받을 일이고 참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해 본다. '오늘만 완판작가'일지언정 매일 글을 쓰고 다듬어 결국 세상에 내놓은 용기는 스스로 칭찬할 만하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드디어 즐길 수 있었다. 아, 나 완판작가다!
마우스 북페어 2일 차, 새로 입고한 10권의 책도 모두 판매되었다. 함께 일한 스태프분들이 많이 사주셨다. 너무 궁금하다며, 응원하고 기대하는 그 반응이 너무 귀해서 내 마음이 절로 다정하게 채워졌다. <할머니의 나라>로 내가 꿈꾸는 세계를 솔직하게 그렸으니, 이 책을 덮은 독자들의 세계도 다정하게 실현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