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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싫어!

혼자서 어떻게 지냈더라?

by 다정

결혼하고 남편이나 육아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가지는 아내를 '자유부인'이라고 하는 걸 들었다. 자유로운 부인을 줄인 말인지 어디서 온 단어인지는 모르지만 자유롭다는 건 좋은 거니까 그리고 자유부인이라며 들떠하는 기혼자들의 모습을 보며 분명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얼마 전 '자유부인'이었다. 오빠가 멀리 출장을 갈 일이 생겨 무려 3박 4일간 자유부인이었다. 결혼하고 내가 집을 비운 적은 있지만 오빠가 집을 비운 적은 없어서 어떤 기분일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결혼 후 처음 갖는 자유시간인데 뭐 하며 보내지? 다들 자유부인이 되면 신나 하니 나도 어떻게 보내든 신날 거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볼까? 혼자 그 정도만 상상하며 오빠를 배웅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과를 보낼 때까진 괜찮았는데 저녁부터 마음이 허했다. 간간히 카톡을 남겨뒀지만 오빠는 7시간짜리 비행 중이라 카톡에 답이 없었다. 결혼하고 연락 횟수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락을 못 주고받는 건 또 다른 기분이었다. 다행히 첫날 저녁에는 독서모임이 있었다.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오빠가 없다는 게 다시 실감 났다. 자유부인이 되면 신날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되니 영 아니었다. 매번 오빠가 데리러 와주었는데 오늘만큼은 내 발로 뚜벅뚜벅 돌아가야 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도 환승해서 집에 도착하니 유난히 피곤하고 씻으러 가기도 귀찮았다. 오빠와 함께 돌아올 때는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피곤해도 신났기에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둘째 날, 셋째 날은 특별한 약속도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하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비슷하게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했다. 집에 가도 할 일은 없지만 늦게까지 야근하기는 싫어 집에 돌아오면 집에 오자마자 모든 의욕을 잃었다. 퇴근하고 오빠와 먹을 저녁을 요리하는 게 큰 재미였는데 혼자 끼니를 챙겨야 하니 요리도 귀찮아졌다. 대충 먹고 주전부리를 계속 먹었다. 배가 꽉 찰 때까지 먹다 보니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허하다는 걸 깨달았다. 재미없는 예능도 같이 보면 재밌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같이 보는 게 좋다. 특별할 일 없는 비슷한 일상에 오빠가 없는 게 이렇게나 달랐다.


내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라 생각해 결혼한 건데 7개월 사이에 혼자서는 못 지내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믿기지 않지만 그만큼, 사실 그보다 더 오빠와 함께 보내는 게 좋다. 그러면서 반성했다. 나는 결혼하고도 친구들과, 언니와 여행 간다고 1박 2일, 2박 3일간 집을 비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자유남편이 된 오빠가 당연히 잘 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도 이렇게 심심하고 의욕이 없었을까 싶어 미안하고 속상했다.


오빠가 집에 오는 날, 일찍 퇴근해서 오빠를 맞이했다! 오빠를 보자마자 우울에 가까운 무기력증이 씻은 듯이 나았다. 이제야 집이 집 같았다. 오빠가 사 온 기념품을 구경하고 전화로 했던 이야기, 못했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까지 쉬지 않고 말했다. 짧은 헤어짐이었지만 오빠의 소중함을 너무 크게 느낀 시간이었다. 지금이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이라 이런 지는, 몇 년 뒤의 내가 웃으며 이 글을 읽게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자유부인 싫다!


그치만 기념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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