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나를 춤추게 만들어
문득 브런치에 내가 하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재미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일상이 되어 그럴까. 더 익숙해지기 전에 신선하게 글을 쓸 수 있을 때 써둬야겠다.
요리는 2인 가구가 되고 나서 새로 발견한 취미 씨앗이다. 요리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배웠다기 보단 어깨 너머로 본 게 전부다.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봐왔고 '냉장고를 부탁해' 등 티비로 칼질하는 법, 향신채를 쓰는 법 등을 보았다. 이런 간접 경험으로 대학생 때는 카레나 김치찌개처럼 오래 끓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본가에 돌아와서는 제철 나물을 손질해 먹는 재미, 유명 레시피를 따라 해 보는 재미에 빠져 가끔 요리를 도맡았다.
다행히 오빠와 살림을 합칠 때도 이 감각이 남아있어 생존 요리가 가능했다.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식재료를 고르고 요리했다. 가지덮밥, 스팸계란볶음밥, 김치찌개 등 매번 레시피를 찾아보며 음식을 완성했다. 초반에는 맛이 있을까 매번 걱정했다. 나만 먹는 음식이라면 맛이 있든 없든 그냥 먹을 테지만 함께 먹는 음식이라 신경이 쓰였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오빠는 모든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고 나를 더 신나게 만들었다. 같이 산 지 10개월, 이제 걱정 없이 요리하고 있다.
적고 보니 내가 요리에 재미를 붙인 건 오빠 덕분이다. 흩뿌려졌던 요리 경험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새로운 요리에도 과감히 시도해 보는 건 맛있게 먹는 오빠를 보기 위해서다. 칭찬을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나도 춤추고 있었다. 여전히 어떻게 구워야 가장 맛있을지, 얼마나 개량해야 가장 맛있을지 1g을 고민하는 탐구력은 없지만 믿고 먹는 레시피를 찾아 요리해 보고 다시 해 먹는 즐거움이 있다. 할 수 있는 요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손도 못 댔을 생선과 닭도 손질할 수 있다.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늘어나는 만큼 요리가 재밌고 완성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오빠 덕분에 또 다른 요리를 시도해 본다.
아직 레시피를 기억해 손맛으로 개량하는 수준은 아니다. 언젠가 당당하게 취미는 요리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금처럼 재미있게 요리하고 싶다. 나만의 킥이 있는 요리를 완성하면 가족, 지인을 초대해 요리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