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애쓰는, 위하는 마음

딸에 대하여

by 다정

<딸에 대하여>를 보면서 계속 묘한 편함이 느껴졌다. 주인공은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보통의 엄마인데 2층에 사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진짜 평범하고 보통인 삶과 대조되어 그려진다. 분명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이는데 미묘하게 낯설다. 사로 일하는 딸은 전세 대출이 어려워 동성의 연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온다. 주인공은 요양보호사로 어르신을 돌보는 일에 열심히지만 그 사회에선 최선이나 열심의 기준이 따로 있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 의사 전달은 제대로 안 될뿐더러 제대로 들으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 묘하게 무언가 어긋난 것 같은 불편함이 계속 느껴진다. 어쩌면 모르는 척했 현실을 마주해서 불편한 건가 싶다.


처음에는 엄마의 시선으로만 딸을 바라봤다. 남들은 딸이 대학 교수라며 부러워하지만 사실 강사로 일하며 대출받기도 어려워 집으로 돌아왔다. 2층에 사는 부부는 자식을 낳아 키우는 중이지만 딸에게는 동성의 연인이 있다. 딸의 연인을 친구라 말하는 날 선 태도에 작은 의문점이 들었다. 한 명의 어르신도 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에 당연히 딸을 이해할 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간극이 낯설었다. 주인공의 마음을 다 알아차리지 못한 채 영화가 중반을 지났고 그제야 이 영화가 딸에 대해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구나 깨달았다.


엄마와 딸이 닮았다. 엄마는 요양 병원에 계신 어르신을 최대한 존중한다. 일거리가 늘어날 텐데도 불편을 참고 애쓰는 게 느껴진다. 어르신을 한 자리의 침대를 차지한 한 명의 고객으로 대하는 부당한 태도에 맞선다. 딸 또한 그렇다. 동료 교수의 부당한 해임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며 넘어가지 않는다. 사람을 모으고 입장문을 쓰고 이를 전달하려 노력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것 같아?" 하는 엄마의 대사를 딸이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모녀는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기꺼이 맞선다. 그럴 힘이 있다. 엄마가 그렇게 딸을 키웠고 딸은 그렇게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딸의 연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생판 남의 일은 내 일처럼 화도 내고 맞서 싸울 수 있지만, 딸에 대해서는 보통의 엄마처럼 평범하고 안전한 길로 가길 바란다. 기력이 떨어지고 자식 없이 나이 드는 어르신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보면서 내 딸만은 그렇게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내내 걱정한다. "우리라고 저렇게 안될 것 같아?" 하는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인생을 잘 사는 것과 노후를 준비하는 건 다르다. 훌륭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요양병원에서는 병상을 하나 차지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과연 내가 있을 미래는 저곳과 다를까 떠올려보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계속 미뤄둔 이제야 마주한 기분이다. 주파수부터 맞춰야 한다. 어쩌면 내 일이 될지 모르는 일들을 알아차리고 들여다보는 사람이고 싶다. 모든 일은 아닐지라도 가능한 곳까지는 반응하고 싶다.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라 나와 미래의 자식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가족에 대하여 걱정하는 마음, 딸에 대하여 애쓰는 마음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가 얼마큼 서로를 위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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