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문장이 많다

결코 내 것은 아닌 문장들에 대한 생각

by 다정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분주하다. 와닿은 문장에 밑줄을 치고 다시 읽고 싶은 부분에 인덱스를 붙이고 궁금한 질문을 귀퉁이에 적어둔다. 그러다 내 것 같은 문장을 만나면 옮겨 적는다. 분명 모르는 작가가 쓴 낯선 책인데 어쩌면 내가 쓴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생각인 문장이 있다. 너무 좋아서 읽고 쓰고 말하며 여러 번 음미한 뒤 언젠가 내 것으로 야무지게 소화고 싶은 문장도 있다. 머릿속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점들을 연결하는 문장을 만나면 당장에라도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욕심나는 문장이 많다.


여러 문장을 필사 노트에 옮겨 적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사진만 올리진 않는다. 내 것 같거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문장이지만 결코 내 것은 아니기에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 설명하는 글도 함께 올린다. '어떤 작가의 무슨 책을 읽고 이런 느낌을 받았으며 제가 좋았던 문장들은 이렇습니다.' 곱씹고 옮기는 시간보다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다. 그럴 때면 여러 감정이 지나간다. 멋진 문장, 좋은 책을 쓴 작가를 사랑하다가 시샘하고 감탄하다가 내 문장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불이 붙는다.


매일 글을 쓰지만 글이 어디서 오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필요한 건 이미 내 안에 다 있다던데 여전히 무언가를 채워야 글로 나온다. 그래서 오늘도 읽는다. 내 것 같은 문장, 내 것이었으면 하는 문장을 더 많이 찾기 위해 읽는다. 밑줄치고 옮기고 곱씹는다. 이를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로 부지런히 옮기며 감정과 느낌을 설명한다. 우연히 만났지만 내 것이었으면 하는 여러 작가의 여러 문장이 소화되어 나를 이루길 바라며 쓴다. 좋은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온전한 내 문장이 되길 기대한다. 그렇게 오늘도 쓴다.


여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 채 외워진 문장도 다시 한번 옮겨본다. 언젠가 내 것으로, 멋진 문장으로 만들고 싶다.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하면 지금 내 모습을 점검한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 테니까." /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뜻밖 출판



/ 표지 사진: <이크와 팩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디플롯 출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납득될 때까지 확인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