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며 쉬며 먹는 국내여행, 참 쉽죠?
지도 어플을 켜면 별표가 많이 보인다. '여긴찐맛'이라고 저장해 둔 곳은 직접 가서 먹어보고 맛있었던 가게이거나 지인이 꼭 가보라며 추천해 준 맛집, '달다구리'는 지역에 유명한 베이커리나 디저트가 맛있는 곳, '동네책방'은 어디선가 알게 되어 가보고 싶은 서점이다.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어도 좋다. 대한민국 어디든 카테고리별로 저장해 두고 언젠가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다. 실제로 지도에 저장해 둔 곳 하나만 보고 춘천이나 상주로 떠나기도 했기에 지역별로 장소를 수집하는 일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자 즐거움이다.
이번 휴가는 시작부터 끝까지 먹는 것에 목적을 두고 떠나기로 했다. 충남 예산부터 충북 청주, 경북 안동까지 3박 4일 간 대한민국을 세로로 가로로 열심히 누볐다.
이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건 첫 목적지인 충남 예산이다. 예산시장은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을 보다가 저장하게 된 장소이다. 다양한 이유로 요식업에 도전한 참가자들이 촬영이 끝난 이후에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여 언젠가 방문하고 싶었다. 느지막이 출발해 수제 돈가스가 맛있다는 청도 휴게소에서 돈가스와 라면을 점심으로 먹고, 옥천에 들러 생활의 달인에 나온 찐빵집에서 찐빵까지 야무지게 포장해 놀며 쉬며 이동하니 저녁 시간이 되어 예산 시장에 도착했다.
예산시장은 생각보다 크고 본격적이었다. 음료부터 디저트, 음식과 고기까지 종류가 많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응원했던 참가자가 운영하는 가게라 거침없이 시장을 탐색했다. 미리 알아본 '오가면 간식집', '신양튀김' 등에서 화면으로만 보던 고기호떡과 닭다리구이, 고기튀김을 먹어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웠지만 응원하던 참가자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설렜다. 프로그램 방영 당시 꽤 몰입하며 봤고 이번 휴가의 목적이자 시작이었기에 음식만 맛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웠다. 남편이 먼저 음료라도 사서 드리자고 의견을 냈고 나도 기꺼이 동의했다. 직접적으로 팬심을 표하려니 굉장히 쑥스러웠지만, "팬입니다. 응원할게요." 하는 짧은 문장으로 마음을 전하고 나니 그전보다 마음이 더 크게 부푼 게 느껴졌다. 벅차고 뿌듯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과 이를 표현하는 일은 누군가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큰 힘이 된다.
그 다음날 아침은 눈이 뜨자마자 '주량'이라는 가게로 오픈런을 도전했다. 주량은 1등 한 참가자의 식당이었는데 예산에 도착하고서야 얼마 전에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맛 따라 여행에 행운까지 함께 하는 중이었다. 2명이서 짬뽕에 치킨 탕수육, 어향가지까지 넉넉하게 시키고 가게를 살피니 곧 만석이 되었다. 주방은 오픈키친이라 티브이에서나 봤던 참가자가 웍을 돌리고 불을 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괜히 감회가 새롭고 꿈인가 싶었다. 음식도 맛있었다. 닭육수를 사용한 짬뽕은 해물짬뽕과 달리 묵직하고 깔끔했고, 어향가지는 내용물부터 소스까지 빠짐없이 맛있었다. 이때까지 먹은 어향가지는 전부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와보고 싶었던 가게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으니 이게 식도락 여행의 즐거움이구나 싶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이 분명했다. 집에서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레시피를 찾다가도 결국 이걸 먹으러 또 여기 와야겠다 싶었다.
이미 배부르게 먹었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게 예산 시장으로 돌아가 유명한 페스츄리 약과도 사고 웨이팅이 있는 카스테라 집에서 줄도 서보고 오빠의 원픽이었던 고기 호떡을 또 주문해 청주로 출발했다.
+ 3박 4일 맛 따라 여행 일정
부산 출발 - 청도 휴게소 (수제 돈가스) - 옥천 찐빵 - 예산 시장 (고기호떡, 고기 튀김, 닭다리 구이) > 주량 (인생 어향가지) - 예산 예산호 출렁다리 - 천안 뚜쥬루빵돌가마마을 (거북이빵, 돌가마만쥬) - 청주 다낭 (반쎄오) > 청주 포이드캐롯 (홍국쌀식빵, 홍국쌀밤페스츄리) - 안동 하회마을 - 안동 산청식당 (간고등어 정식) - 안동 지관서가 - 안동 월영교 > 안동 찜닭골목 - 안동 아차가 (젤라또) - 안동 맘모스베이커리 - 안동 396커피 - 양산 카트레이싱 - 부산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