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만나 우리
계획 하나 세울 수 없었던 긴 연휴, 갑작스럽게 포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목표는 내연산 폭포 하나였다. 포항이나 내연산은 결혼 전부터 몇 번이고 가자고 했던 곳이라 갑작스럽지만 놀랍기보단 '드디어 가는구나'하는 마음이 더 컸다. 찾아보니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라고 하지만 둘 다 운동부족이니 컨디션 관리를 위해 2박 3일 동안 머물기로 했다.
포항에 도착한 날은 비가 가끔씩 내리고 먹구름이 낀 흐린 날씨였다. 계획했던 바베큐도 실내에서 하게 되었지만, 이것도 낭만이라며 아쉬움을 달래고 내일 등산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자고로 등산은 일찍 해야 제맛, 눈을 뜨자마자 차를 타고 내연산 입구로 이동했다. 입구에 다 와가니 칼국수, 비빔밥, 막걸리에 파전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가 적힌 식당이 줄지어 있었다. 내려와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빈속인 만큼 등산에 대한 설렘도 기대도 커졌다. 내연산 입구에 있는 절에서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고즈넉한 절 풍경을 보니 마음이 금방 평화로워졌다. 이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리듯 절 입구에 핀 코스모스와 빨간 꽃무릇도 생기가 넘쳤다.
오랜만의 등산이고 꽤 커 보이는 산이라 걱정했는데, 유명한 만큼 길이 잘 닦여있어 걷기에 어렵지 않았다. 길 따라는 강이 흐르고 멀리 보면 잘 깎인 절벽이 그림 같았다. 12개의 폭포 중에 첫 번째 폭포도 보지 않았지만, 집 뒤에 이런 산이 있으면 매일 왔을 거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감탄하며 길을 걷고 멋진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 사진이 기억났다. 부모님이 연애할 때 찍은 사진으로 등산하다가 찍은 걸로 추정된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다 젊었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오빠에게 설명하며 지금 우리가 찍은 사진도 먼 훗날 자녀에게 이렇게 기억될까 하는 생각을 공유했다.
사진을 많이 찍어 남기자며 걷다 보니 유명한 관음폭포(6폭포)와 연산폭포(7폭포) 앞까지 왔다. 자연의 신비를 논하다 못해 신선이 내려와 놀았을 것 같은 풍경을 보며 다시 부모님 생각이 났다. "이거 분명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 아버지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시부모님 생각도 났다.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 같이 오면 좋겠다!" 좋은 걸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족 생각이 난다는데 이제는 시부모님 생각도 자연스럽게 난다. 결혼한 지 일 년이 다되어가지만 이럴 때마다 우리가 진짜로 가족이 되었구나 다시 느껴진다. 나와 오빠, 이렇게 둘이 만나 우리 가족과 오빠의 가족도 '우리 가족'이 되어간다. 점차 소중한 사람이 늘어나고 울타리가 커지는 이 감각이 나쁘지 않다.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표현하며 많이 많이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