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무언가가 있으니 바로 전시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었지만 전시 준비는 또 달랐다. 전시를 소개하고 작품을 만든 나를 소개하고 작품을 설명해야 했다. 그 덕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시작했고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2025년 동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 <다정한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패브릭 소품부터 화과자까지 모두 다른 분야에 있지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내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같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덟 명의 인터뷰를 여덟 개의 작품으로 만들어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이의 특징을 살린 여덟 개의 작품을 통해 올해를 돌아볼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눕니다.
전시 작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진열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어떻게 채워질지 상상하는 일은 쉬우면서 어려웠다. 여러 전시를 떠올리면서 배치하는 건 쉬웠지만, 이를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는 몰랐다. 전부 다 챙겼다. 아크릴 책 진열대, 투명한 케이스, 메모지를 꼽아두는 집게, 전시용 종이가방, 클립, 집게, 벽면 부착 테이프까지. 뭐든 다 챙기고 보니 작품명과 인터뷰이 QR코드도 필요할 것 같았다. 급하게 프린트해 폼보드에 붙이고 잘랐다. 이제야 구색이 갖춰진 기분이었다.
쓰고 오리고 붙인 뒤에는 전시를 홍보하는 일이 있었다. 먼저 인터뷰이 분들께 연락드리며 전시는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설렜다. 처음에 전시를 상상할 때는 흰 벽과 작품만 있었는데 이제는 전시를 보는 사람들까지 그려지며 설레었다. 전시는 광안역 근처 '미니멀 스토리지'라는 무인 짐보관소에서 진행했다. 전시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기에 동선과 조명, 작품을 조화롭게 맞추려 애썼다. 조명 아래에 작품을 보며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무인 공간이었지만 일부러 전시 기간 중 일부는 근처에 있었다. 홍보하고 초대한 만큼 인사드리고 싶고 맞이하고 싶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간 근처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전시 공간을 들여다봤다. 누가 올까 싶었는데 누군가는 왔다. 와주신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작품을 구경하는 시간 동안 기다리는 건 어색했지만, 좋았다. 반가운 얼굴들과 짧게 안부를 묻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나누는 이마저 전시의 일부였다. 덕분에 다음을 위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다.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방명록에 적힌 이름들도 반가웠고 고마웠다. 받은 만큼 그보다 더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또 채워진다.
무인 공간에서 느슨하게 시작한 첫 전시라 조금 가볍게 생각했는데, 실제는 그보다 더 밀도 있었다. 글을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부터 전시에 오신 분들과 인사하는 시간까지 열심히 배우고 채우는 시간이었다. 전시의 매력을 알게 되어 내년에 또 하고 싶다.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옮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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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여원 대표님께는 어떤 시작점이 필요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참 잘 맞는 전시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