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글 쓰는 서바이벌이 있다면

by 다정

<흑백요리사 2>를 열심히 보고 있다. <흑백요리사 1>이 워낙 강렬하기도 했고 서바이벌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몰입해서 보고 있다. 서바이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함축적으로 보이는 순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요리라면 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해왔으며 하고 있는지, 음악이라면 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불러왔을지, 레이싱, 메이크업, 두뇌게임 등 주제는 다르겠지만 참여자들의 마음과 태도를 보며 공감하고 배우고 반성하는 순간도 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 몰랐을 누군가를 알게 되어 응원하게 되는 순간도 즐겁다. 저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나아가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 단계 나아가는 참가자를 보며 함께 성장하는 듯한 기분도 느낀다. 다양한 주제의 서바이벌이 있다 보니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야채와 고기의 익힘 정도를 구분해 보려 노력하고, 무대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주의 깊게 듣거나 안 하던 화장도 시도해 본다. 모호하게 느낀 부분,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느낌에 대해 딱 맞게 떨어지는 단어를 알게 되면 짜릿한 쾌감도 느껴진다.


만약에 글 쓰는 서바이벌이 있다면? 나는 나갈까? 나가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겁이 났다.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떠오른다. 부족함을 아는 것과 그걸 세상에 앞에 낱낱이 드러내는 건 다른 문제다. 글쓰기에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배운 적 없기에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런데 서바이벌에서 중요한 건 자세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응원하게 되는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냈고 떨어지더라도 늘 해온 것처럼 열심히 살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낫다. 이기거나 인정받으면 분명 기분이 좋겠지만, 인정받지 못한다고 글쓰기를 그만두진 않을 거다. 내가 이런 나를 알기에, 글을 써온 마음이나 시간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괜찮다. 불안하고 부족하다 느낀 마음은 열심히 배우는 에너지로 쓸 거라 다짐하며 오늘도 글을 쓰겠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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