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수 있는 건 글뿐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다. 선물을 펼치면 이전과 달라진다. 중요하게 여겼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주변에서 변했다는 말도 듣게 된다. 스스로도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내 인생의 깜짝 선물은 5년 전 춘천 <첫,다락>으로의 초대이다. <첫,다락>에서 2박 3일간 머문 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막막함에 도망치듯 책만 읽었다면 이후에는 결과가 어떻든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하고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망설이는 사람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덕분에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해 일상을 채우고,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또 이 모든 과정이 글로 남아있어 나의 큰 자산이 되었다.
벌써 <첫,다락>에 다녀온 지 5년이 흘렀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크게 변화하게 한 작가님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숙박비를 드려야 하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동안 26년 4월을 등대 삼아 더 성장하려 애썼다. 멋지고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솔직히 지금 얼마나 성장했는지, 멋진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전과 다르게 글을 드릴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멋진 건 글뿐이다. 과거의 나를 응원해 준 <첫,다락>과 <첫,서재>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첫,서재>를 만든 작가님의 지금과 앞으로를 응원하는 글을 적어본다.
'돈이 아닌 것들로 5년 뒤에 숙박비를 받는 숙소'를 알게 되었을 때, 누가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걸까 궁금했다. 무엇이든 돈으로 교환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믿고 이를 실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멋질 거라고 막연하게 상상하며 춘천으로 향했다. 해가 진 뒤, 첫 서재에서 나눈 작가님과 나눈 모든 대화가 선명하진 않지만, 인생에서 큰 도전을 시작한 어른, 내가 가보고 싶은 길을 먼저 걷는 어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차올랐던 건 선명하다.
21년도 4월, <첫,서재>에 다녀온 뒤 5년 뒤의 멋진 나를 상상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시작했고, 작가님도 <첫,다락>과 <첫,서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점점 더 작가님의 세계가 넓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2년이 지나고 나면 첫서재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하시던 작가님은 회사로 돌아가셨지만, 첫서재는 공유서재로 계속 남게 되었다. 또,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첫서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판되었다. 작가님이 스스로 선물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구를 만나 어떤 것을 경험하셨는지 또 어떤 것들을 느끼셨을까 궁금해 책을 읽었다. 누군가의 처음을 귀하게 여기며, 서투름이 쌓이는 과정을 오롯하게 전부 느낀 작가님은 회사로 돌아가시고 더 멋진 행보를 이어간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아임낫서울'이라는 회사를 만드셨고, 읽는 경험이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온더페이지'라는 리딩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신다. 남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도 이 옷이 나에게 맞는 건지 고민하셨던 작가님이 이제 본인에게 맞는 멋지고 편한 옷을 찾으신 것 같다. 나아가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는 다른 멋진 옷, 더 편하고 나에게 맞는 옷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든든하다. 또, 온더페이지를 통해 함께 읽기 위해, 밤새 읽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어디든 첫서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된다. 내가 첫서재에 다녀와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한 것처럼 누군가도 온더페이지를 통해 본인의 세계를 넓힐 거라 생각하니 내가 더 설레는 기분이다. '돈이 아닌 다른 가치'라는 상상하기 힘든 무언가를 확인하셨던 작가님이시기에 작가님이 넓혀가는 따뜻한 세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 5년 전, 첫서재를 다녀오고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