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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Nov 05. 2021

관심사가 같다는 건

유튜브 촬영을 하다

나는 좀 느린 사람이다. 마케팅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으면서도 유행한다는 건 끝물까지도 다 지나가고 나서야 해보곤 했다. 예를 들어 한창 유행했던 대만 카스텔라는 이제야 먹어보고 싶은데 가게를 찾을 수 없어 아직까지 맛보지 못하였고 온 세상이 흑당으로 물든 이후 흑당 우유를 맛보는 정도이다. 유투부는 유행을 넘어서 시대의 주류이지만 유튜브와 나 사이에는 흑당이나 카스텔라보다 더욱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로 유튜브를 사용하지만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노동요로 듣는 것과 내가 생산자로써 참여하는 것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시도할 엄두도 안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인데 저번 주 주말, 주식회사 우당탕탕의 3년 차 사원 '테이'로 유튜브 영상을 찍게 되었다. 너무 예상 가능하게도 내가 벌인 또 하나의 일이다. 시작은 '아마추어들의 창업 이야기'라는 일회성 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였다.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총 세 명이었고 어떻게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업종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관심사를 가졌기에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몇 살인지 묻고 답하지 않아도 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일회성 모임이었지만 창업에 관심을 둔 만큼 우리끼리 일을 벌여보자고 이야기가 이어졌다. 구체적으로는 누군가의 아이템을 실현하는 데 각자 도움을 주자고 하였다.


각자의 아이템 중 시기와 규모 면에서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일지 살펴봤다. 그렇게 '다이어리'를 선정했고 함께 다이어리를 팔아보자고 의지를 다졌다. 아이템을 고르고 나니 새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이어리는 어떤 사람이 쓰는 걸까, 어떻게 다이어리를 판매할 수 있을까, 다이어리를 안 쓰는 사람에게도 다이어리를 팔 수 있을까로 시작하여 다이어리 사용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로 뻗어갔다. 지금 나의 현실에 필요한 질문을 아니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어떤 것을 깊게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었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소규모 판매를 하기에는 결국 유튜브, 콘텐츠가 답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사람들이 볼 법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팬이 생기면 그들에게 다이어리 내지를 배포해서 피드백을 받고 판매를 해보자는 이상적인 방향성도 함께 나누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니 또 다른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어떤 영상을 찍어야 할까, 무슨 영상이 재미있을까, 재미란 무엇일까 등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하니 새삼 유투버들이 대단했다. 하나의 영상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했을지 짐작도 안되었다. 우리도 어떤 방향으로 어떤 콘셉트로 찍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러다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담겨야 한다. 우리의 매력은 대화의 티키타카가 통하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상상하며 함께 공유하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주식회사 우당탕탕의 사원이 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테이'가 되었다. 우당탕탕을 소개하자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다이어리 회사이고 이제 막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는 테이, 트리, 제이슨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우리의 회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을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 설정 이후, 저번 주 주말에 첫 번째 촬영을 시작했다. 5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4회 정도 찍어보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는데 다 끝내고 시간을 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얼마나 쉴 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말하기 좋아하는 나도 진이 쏙 빠져버렸다.


우선 촬영을 시작하긴 했는데 명확한 것은 없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내가 영상에 담길 준비가 되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고 계속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며 서로의 의견을 들을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건 정말로 운이 좋은 일이다. 대화를 나누며 즐겁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 서로 으쌰 으쌰 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게 된다는 점도 의욕을 고취시킨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일을 벌였고 이 경험이 나를 어디로 이끌진 모르겠지만 열심히 수습하며 재미있게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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