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 Nov 19. 2021

이러다가 진짜 기자 되는 거 아니야?

아마추어 인터뷰어의 원대한 꿈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최근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이 되었다. <다리너머영도>라는 웹진에 시민 편집위원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이 하나이고, <주민조사단>으로 여러 문화공간을 발굴하고 인터뷰하된 것이 둘이다. 글로 먹고 살 방법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것들은 죄다 신청하였고 운이 좋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벌인 만큼 바쁘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


다리너머영도에 어떤 글을 쓸지 방향성을 논의할 때, 나는 내가 지금 관심 있는 '창업'에 관해서 좀 더 배우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내가 재미있게 읽은 기사들은 가게 사장님을 인터뷰한 글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청년 창업가,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 등을 인터뷰하여 창업스토리를 듣고 싶었다. 어떻게 창업하게 되셨는지,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가게를 운영하며 먹고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글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되었고 벌써 두 번째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아마추어 인터뷰어이다 보니 매 인터뷰마다 배우는 것이 아주 많다. 좋은 답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는데 그럼 어 질문해야 할까? 내가 궁금한 질문이 과연 적절한 질문인가? 무엇을 먼저 묻는 것이 좋을까? 등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고민은 시작되고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욕심에 고심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사히 인터뷰를 끝내고 이를 글로 옮길 때면 사장님의 마음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고 싶어 편집하는 게 어렵다. 지면을 많이 할애하게 된다. 약속분량을 맞추기 위해 덜어내야 하는데 나에겐 모두 중요해 보여서 덜어내는 게 쉽지가 않다. 편집으로 인해 잘못 보이는 부분이 생기진 않을지, 이음새가 어긋나진 않는지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최종 편집한 글에 사장님의 마음이 잘 담겼는지 또 한 번 살펴보게 된다.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만큼 알차게 담아 전달하고 싶은데 아직까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인터뷰를 하면서 사장님의 삶에 관해, 창업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아주 소중다. 후련하게 글을 완성할 때가 있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 기회를 통해 많이 성장할 것이라는 건 잘 알겠다.


사실 편집위원으로 글을 쓰게 될 기간은 정해져 있다.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주민 조사단 또한 마찬가지이다. 끝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모습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내 글을 쓰는 것 외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는 작업도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회를 모색해본다. 정말 이러다가 진짜 기자 되는 거 아니야? 하고 혼자만의 상상을 하지만 정말 모르는 일이다. 내 첫 이 인터뷰집이 될 수도 있지 하며 막연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꿈꿔본다. 나는 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까이는 어머니, 버지, 언니, 동생,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생각을 듣고 싶고 멀리는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 글을 쓰는 작가님 혹은 문화활동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의 이야기 듣고 싶다.




언젠가 하게 될 인터뷰를 위해 미리 몇 가지 질문을 적어본다. 영미 씨는 학생 때 어떤 꿈을 꿨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한 가지의 일이 있을까요? 자식을 빼고 영미 씨의 기쁨 무엇인가요? 지금 영미 씨한테 제일 중요한 건 뭐예요? 영미 씨가 상상하는 미래의 영미 씨는 어떤 모습이에요? 덕율 씨 인생에 제일 소중한 기억은 뭔가요? 제일 후회 남는 게 있다면 뭔가요? 덕율 씨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요? 덕율 씨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왔는데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덕율 씨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있나요? 적다 보니 이 질문들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엄마의, 아빠의 이야기를 얼른 듣고 싶다. 엄마, 아빠에게 후회되는 일이,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늦지 않았으니 지금 다 해보라고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나는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 후회 없이 행복하다고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