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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Nov 26. 2021

언제부터 가족여행이 버킷리스트가 되었을까?

아버지 생신 기념 가족여행

저번 주 아버지의 생신을 기념하여 통영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1박 2일, 짧다면 짧지만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쁜 풍경을 보고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음식이 전부 맛있어서 하루 종일 배가 빵빵했던 것도 언니가 flex 한 리조트의 엄청난 뷰도 너무 좋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몇 순간이 있다. 하나는 우리 밖에 없었던 자갈 해변에서 아버지와 동생이 갑자기 물수제비 뜨기에 꽂혔던 순간이다. 나중에는 내 돌이 이 정도로 못생겼는데 얼마나 가는지 봐라 하면서 경쟁하듯이 돌을 던졌는데 그 모습이 아이 같아서 정말 많이 웃었다. 또 하나는 동생이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이다. 처음에는 진짜로 동생이 운전을 한다고? 하며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우리 동생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구나, 동생이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톨게이트에 계신 분이 창 밖으로 몸을 뺄 정도로 일어던 모습은 앞으로 동생과 운전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내내 곱씹게 될 추억이 아닐까 싶다.




번 여행 이전에 굵직하게 기억 남는 가족여행은 2012년 겨울, 내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떠났던 남해 여행과 대학교를 졸업 2018년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아버지 언니랑 함께 간 일본 여행이 다다. 이것 말고도 보리와 함께 경주까지 드라이브를  때와 송도 해수욕장에서 야경을 봤을 때 등 많이 있지만 밖에서 잠까지 자고 온 경험은 몇 번 없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과 함께인 건 너무 당연한데 여행은 당연하지 않아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나름의 결심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금의 나에게 가족 여행은 특별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무것도 몰랐던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철이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7-8년을 밖에서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가족이니까 하며 굳이 말하지 않았던 들이 오해를 만들고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취업하면 떠날 공간이라고도 생각해서 문제를 고치기보다는 포기하려고 했다. 사람은 많은데 내 공간은 없으니 편하게 쉴 수도, 스스로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어려웠다. 눈만 뜨면 공부하러 카페로, 아르바이트하러 나갔고 결국 독하게 취업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친구의 자취방에 6개월 정도 나가 살기도 했다. 그때는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고생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사소해서 말하지 않았던 오해들, 포기했던 문제들 마주하고 대화를 했고 대화가 끝나고 느낀 편안함과 안정감이 나를 좀 더 성장시켰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과 가족 모두한 지붕 아래에 있는 지금은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운이 좋게 모두 집에서 일을 다니지만 누군가 독립을 할 수도 있고, 아버지가 희망하시는 대로 캠핑카를 몰며 전국을 여행하실 수도 있는 일이다. 특별한 일없으면 다 함께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며 각자의 소소한 하루를 공유하는 일상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진작에 취업해서 타지에서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고 결혼하는 친구도 생기고 나니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 가족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쓰려고 노력한다. 주변에서는 신기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일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생활하는 시간도 점점 달라지는 요즘,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다 함께 모이려면 약속을 잡아야 하기에 멀어지면 이마저도 얼마나 힘든 일일까를 매번 생각한다. 그렇기에 함께하는 시간 동안 같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이상한 데 꽂혀 갑자기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여행은 너무 소중하다. 언제까지우리가 함께하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지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계속해서 곱씹을 수 있는 사소한 추억들점점 더 늘어가면 좋겠다. 가족 여행이 굳이 버킷리스트에 있지 않아도 될 때까지 우리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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