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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Dec 24. 2021

아홉 번째 생각노트를 펼치며

작고 소중한 내 보물들

꾸준히 하는 걸 꽤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돌아보면 작심삼일의 연속이다. 좋은 습관 만들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결심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행동들 중에 그래도 꾸준히 해온 하나를 자랑하자면 생각노 쓰는 것이. 손바닥 사이즈의 노트를 생각노트라고 명명하고 펜과 함께 들고 다닌지도 벌써 꽉 찬 2년이 되었다. 시작은 2019년 11월이다. 이맘때쯤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이고 2019년에도 역시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첫 생각노트의 두 번째 페이지는 '2019년을 정리하며...'가 쓰여 있고 다음 장은 '2020년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어쩜 이렇게 변함없는 계획형 인간인지 스스로도 새삼 놀랍다.


처음 생각노트를 쓸 때의 기억 생생하다. 그때는 어느 모임을 나가든 항상 이 노트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이런 거 들고 다니면서 쓸 거다!" 하면서 노란색 테두리를 가진 귀여운 생각노트를 꺼내보였다. 친구들과 대화하다가도 방금 들은 멋있는 문장을 옮겨 적었고 나의 기분, 상태뿐만 아니라 책, 드라마나 영화의 인상 깊은 문장까지 몽땅 다 수집했다. 이렇게 시작한 생각노트는 잘 채워질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보통 3-4개월 정도면 새로운 노트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홉 번째 생각노트를 펼치게 되었다.

지금 봐도 귀엽다

2년 동안 조그만 노트를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쓰다 보니 이번 아홉 번째 노트는 동생의 여자 친구이면서 소중한 동생에게 선물다. 이때까지는 귀엽거나 의미가 있거나 내가 잘 펼칠 것 같은 노트를 직접 고르다가 선물 받으니 처음 생각노트를 들고 다닐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때는 귀여운 표지만 봐도 배가 불렀고 어떤 내용을 적을지 신이 나 주변을 늘 새롭게 봤었다. 좋은 말을 들으면 잊지 않으려고 곱씹었다가 옮기는 그런 날들이었는데 그런 몽글몽글한 기분은 어느새 다 날아갔고 지금은 익숙함만 남아있다. 선물 받은 노트 덕분에 새삼 그때의 감정을 깨다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좋은 문장들을 찾아 채워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


매번 새로울 수는 없지만 과거의 내가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건 너무 좋은 사실이다. 기도 넘기는 방식도 다른 8개의 노트를 돌이켜보면 노트마다 내가 그 시기에 하던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노트를 쓰는 사람은 나 하나인데 쓰이는 주제와 글이 다른 것은 매번 신기한 발견이다. 어떤 노트는 나의 깨달음 그리고 결심, 어떤 노트는 필사 한가득, 어떤 노트는 미래에 대한 준비 등 관심사가 옮겨가는 과정이 눈 보인다. 3개월 전의 고민과 생각이 벌써 낯설고 정말 한 톨도 기억에 남지 않은 결심도 있다.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들춰볼 때마다 잊 것들 다시 깨닫게 해 주어 고맙다. 그때의 내가 얻었던 생각이나 위로의 글들 지금의 나에게도 와닿는 경우가 많다. 노트를 펼칠 때마다시 결심하과정도 반복한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생각이 여기서 왔구나를 발견 짜릿한 기분도 든다. "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지금을 점검해본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될 테니까."라는 문장이 사실이라는 걸 매번 확인한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하는 만큼 미래의 나도 그러길 바란다. 그렇게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 작고 소중한 생각노트와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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