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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Dec 17. 2021

회색빛의 시간을 지나는 중

보통이고 중간인 평균 인간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이다. 몸이 여기저기 아파 잠시라도 많 생각과 스트레스를 접어두고 쉬자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그새를 참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지금까지 내 삶의 과반 이상을 보통 인간, 중간 인간, 평균 인간으로 살아왔다. 호불호가 명확한 친구가, 멋진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성숙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뒤늦게 몇 년간 무진장 노력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고 내가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가야 할지. 목표에 중독된 사람처럼 목표를 세웠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답에 가까워졌다 느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니었는지 생각한다.


분명 늘 열심히 고민했고 작지만 만족하는 결과도 냈는데 내가 놓친 것, 가지지 못한 것만 보여 작아지는 나 자신이 여기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나의 답이라고 결론 내린 것에도 의문이 든다. 내가 그렇게 글을 좋아하나? 그 정도의 글을 쓰는 사람일까? 과연 애정 하는 것들을 지켜내는 사람인가? 나는 어디까지 진심일까? 작고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쉽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 내려놓고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르겠고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고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까? 질문하 나는 중간의 선택을 하는 애매한 사람인가 하고  된.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일까? 이 정도의 사람인가? 답할 수 없는 질문에 갇혀서 내 머릿속 전원을 꺼버리고 싶은데도 생각이 계속 차오른다. 끝도 없이. 러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해결을 모르니 맥주 한 캔이 간절해진다. 사실 이는 번뇌라는 걸 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생각들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걸 막진 못한다. 대신 답해줄 수 없는 질문과 어쩌면 누구도 답을 모르는 질문에 답을 찾는 나는 아직까지 이 정도의 인간인가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 두고 믿고 싶은 것이 생겨 무작정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이 다 꿈만 같다. 이제 나를 조금 알 것 같다며 스스로를 정의 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지난날들이 다 거짓 같다. 한동안은 이런 회색빛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물어보며 지닐 것 같다. 정말 다행인 건 주 한 캔이 간절해질 때 기꺼이 간을 내주는 언니가 있고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함께 고민해주는 친구도 있다는 것이다. 답은 몰라도 함께라고 느껴질 때 정신이 든다. 무작정 몸을 움직이기 전에 이 온기에 몸을 녹여야겠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을 낼 수 있겠지.  시간을 지나간 후에 누군가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온기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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