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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Dec 10. 2021

내 몸 돌보기부터 다시 시작하기

구내염부터 질염까지

나는 요즘 바쁘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바쁜 것도 맞지만 자기 전특히 바쁘다. 개운하게 씻고 나본격적 시작이다.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오돌토돌한 것들이 올라오더니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렌징을 하며 그곳들을 손대다 보면 얼굴이 붉게 변한다. 그래서 스킨과 로션을 바르던 기본 루틴에 약을 덧바르는 과정이 더해진다. 약을 덧바르거나 패치를 붙인 후에는 입 안이다. 혓바늘이라고 생각한 곳이 몇 일째 낫질 않아 보니 염증이라고 할 정도로 크기가 커다래져서 구내염 약을 바른다. 면역체계가 무너진 건지 목 넘기는 부분도 따끔하기 시작했다. 입을 크게 벌려 그 안까지 약을 바른다. 얼굴이 끝나면 몸이다. 상처가  된 손등다리에도 약을 바르고 질염 약도 챙긴다. 그러고 나서는 발톱이다. 내성발톱을 관리하기 위해 테이핑까지 하면 끝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요즘은 잊은 게 없나 점검한다고 부산스럽다.


구내염부터 질염까지 내 몸이 이렇게 어긋난 적이 있나 싶다. 관리형 인간이라 자부할 수 있는 내가 버거울 정도로 챙겨야  게 많아졌다. 한 곳이 나면 다른 이 아아픈 시기가 겹치기도 하고 내 몸에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 이번 달에는 벌여놓은 일까지만 잘 마무리하고 푹 쉬는 시간을 갖자고 생각한 게 무색할 정도로 온 몸이 병원이다.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아니라 요양을 해야 할 판이다. 약을 한 군데, 한 군데 바르면서 무엇이 원인인지 생각하고 역시나 스트레스일까 단정 짓다가 마지막엔 나를 이만큼이나 돌보지 않았나 하며 반성한다.


몸이 건강하고 체력이 받쳐줘야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너무 알고 있기에 그렇지 못한 지금, 괴리감더 크다. 스스로 생각해도 바쁘게 열심히 살아서 그저 뿌듯하기만 했는데 몸아니었나 보다. 벌여둔 일, 고민해야 할 문제 때문에 아직은 쉴 수 없는데 몸은 좀 쉬자고 파업 중이다. 욕심과 현실 사이에 끼어버렸다. 당장 모든 걸 멈추고 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고 잘 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리프레쉬가 필요한 이 시점에 비건 북클럽에 참석해 재정비의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1년 전에도 이 시기부터 비건을 고민하기 시작해 비건으로 잠시 지냈었는데 어느 순간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바쁘다는 이유와 이런저런 핑계로 모른 척했던 것들 때문에 내 몸이 아픈 걸까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전부 와닿았지만 특히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가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니라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별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 하는 거라는 말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인이 긍정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걸 보여주는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씀하신 게 참 멋있었다. 나도 우내 몸 돌보기부터 시작해야겠다.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 덕분에 흐릿 시선명확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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