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리하는 일주일을 보내며

느슨한 비건 지향과 함께

by 다정

비건을 알게 된 후 완전 비건, 채식, 비건 지향을 준히 시도했다. 일 년 동안 도전하고 해이해지고 다시 도전하고를 반복하면서 느낀 건 강박을 가지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처음, 완전 비건 식단을 도전 때 제한됨을 많이 느꼈다. 아마도 처음이기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 거의 모든 것들이 불편해다. 돼지 사진을 붙인 돼지 고깃집을 시작으로 우유와 계란이 안 들어간 것이 없음에 설명할 수 없는 박탈감도 느꼈다. 도전 잘 마쳤지만 이후에도 이를 지키는 완전 비건은 되지 못했고 주 2일 비건으로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비건이 아닌 날에 마음은 불편한데 음식은 먹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다. 식습관을 무 자르듯 잘라 버릴 수 없는 건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불편한 마음을 계속 가지게 되었다. "설탕, 밀가루는 먹으면 안 돼!" 이렇게 결심한 다이어트처럼 강박이 생겼다. 스스로 세운 규칙과 싸우며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 더 힘들어졌다. 지구와 동물, 모두 위하는 일 이전에 내가 힘들고 안 좋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느슨하게 비건을 지향해야지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할 수 있겠다는 것을 아주 느리게 깨달았다.




이번 안식주는 깨달음을 실천한 주이다.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식재료 장을 볼 때 채소를 잔뜩 샀다. 양파, 가지, 감자, 냉이와 달래 등을 사두고 야금야금 냉장고 파먹기를 하듯이 요리를 했다. 래 요리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빨리빨리 야매 요리사인데 이번만큼은 요리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이제껏 시도하지 못했던 요리를 많이 시도할 수 있었다. 손이 많이 가는 달래를 손질해서 달래장을 만들고, 된장이 있었다면 된장찌개를 끓여보고 싶었던 냉이를 양념해서 비빔밥으로 해 먹고, 도전하고 싶었지만 딱 봐도 일이 많아 미뤄두었던 팽이버섯 튀김과 감자 뇨끼까지. 다 완벽했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해먹을지 상상하면서 요리를 하는 게 재밌었다.


한정된 재료이지만 내가 요리를 해서 오롯이 한 상 차렸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꼈다. 채소로만 채워진 밥상이었는데 크게 불편하지도 다르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부지런하면 됐다. 상상한 맛 그 이상일 때는 "나 요리 잘하네!" 하고 그렇지 못해도 "이렇게 요리가 느는 거지.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어." 하며 괜한 기대감이 생겼다. 리를 잘하는 내 친구가 손맛은 유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음식 솜씨가 좋다. 그렇다면 과연 손맛 유전자는 우리 세 남매 중 어디로 갔을까! 열심히 갈고닦을 테니 나에게서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