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다정 Jan 21. 2022

가족인데요, 처음입니다.

삼남매 모여!

"누나 이렇게 넷이 스키장 한 번 가자."


동생의 이 한 마디로 우리의 스키장 약속이 시작되었다. 어느 모임이든 막내가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집도 막둥이의 말에 힘이 있다. 일일이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막둥이가 하자면 해야지!'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어느 순간 키도 덩치도 커진 동생은 해달라고 하거나 같이 하자고 하는 일이 없어졌다. 일을 시작한 나이도 동생이 제일 빨랐고 그만큼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동생을 챙기는 누나이고 싶었는데 오히려 든든한 동생을 둔 누나가 돼버렸다. 그래서 동생을 챙길 일 혹은 동생이 하자고 하는 일은 거절하지 않는다. 물론 동생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 하나가 더 생긴다고, 덕분에 이렇게 스키장도 가게 되었다.




어릴 때에는 삼 남매가 이렇게 모여 노는 게 자연스러웠고 당연했다. 그런데 크니까 당연하지 않았다. 각자 사춘기를 겪고 환경이 바뀌면서 서먹해졌다. 길에서 "OO아~" 부르며 귀여워했던 거를 가지고 동생은 쪽팔리니까 길에서 아는 척하지 말라고 했고, 먼저 화낸 적 없었던 언니는 야자를 끝내고 집에 와서 아침까지 봤던 과자가 없다며 울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고 귀엽기만 한데 그때는 이렇게 각자의 세상을 열심히 만든다고 서로에게 소홀했었다. 그러니 대학교, 군대, 취업 등을 겪고 각자의 세상이 많이 커졌을 때 한 집에 사는 건 쉽지 않았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삐졌다가 싸웠다가 말을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시기를 지나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나는 그 사이에 우리는 부모님만큼이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말이 많은 언니와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종종 밖으로 데이트를 나갔고, 어릴 때나 지금이나 먹는 걸 좋아하는 동생과는 함께 밥 먹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물론 그러면서 가족끼리 더욱 돈독해졌다. 다 같이 여행을 가거나 사진을 찍고, 집에서 파티를 하는 처음인 일들이 근 몇 년 간 참 많이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삼 남매끼리 같이 하는 처음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생이 먼저 놀러 가자고 한 한마디가 더욱 금방 실현된 것 같다. 처음으로 우리 셋이서 집이 아닌 밖에서 놀게 되었다. 동생이 실행력과 언니의 계획성 그리고 다른 할 일을 짜는 나까지. 셋이 모이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완성된 계획을 가지고 약속 당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언니와 나, 동생과 동생의 여자 친구까지 한 택시를 타고 양산 에덴벨리로 향했다. 오랜만에 스키를 타는 나와 언니는 동생에게 짧은 강의를 듣고 감을 찾았고 스키가 처음인 동생의 여자 친구는 동생이 1:1 강의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스키를 타는 것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리프트를 기다리고 타고 올라가는 시간들마저도 같이해서 행복했다. 나는 동생 덕분에 난생처음 중급자 코스도 도전할 수 있었다. 동생을 따라 내려가는데 빨라지는 속도가 무서워서 넘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동생이 기다려주고 계속 말을 걸어줘서 또 한 번 동생이 너무 든든했다.


중급자 코스에서 동생이 찍어준 사진


하루가 아주 순식간에 지나갔고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어릴 때처럼 우리 같이 처음인 순간을 함께 하고, 나중에 추억이 될 한 순간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소중하다. 앞으로도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웃고 장난치는 사이이고 싶다. 우리 삼 남매가 모이는 일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요리하는 일주일을 보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