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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an 28. 2022

이게 다 먹고사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상상은 자유니까

'취업 말고 다른 길을 가볼래'라는 말은 나의 길을 가겠다는 멋진 생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모든 걸 계획하고 꾸려야 하는 굴레에 갇힌 것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에는 이것을 몰랐다. 그래서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가득 채운 미래를 꿈꾸었다. 책과 사람과 쉼이 있는 북스테이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년 정도 일하면서 돈을 모아 작 북카페를 먼저 시작해볼까 하구체적인 상상 했다. 그렇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 착한 임대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기도 했는데, 게 내 일은 아니었다. 일하던 카페물주인이 바뀌고 증금과 임대료를 많이, 아주 많이 올리는 바람에 8년 간 그 자리를 지켰던 카페의 문이 닫히게 되었다. 수습 3개월을 꽉 채웠는데 순식간에 실업자가 되었다. (그 자리가 1년 넘은 지금까지도 비어있다는 것은 웃기고도 슬픈 사실이다.)


마지막 출근일, 텅텅 비어가던 가게


내 계획에 실업은 없었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거니 하며 받아들였다. 나름의 결심을 하며 수정했던 인생 계획을 다시 수정했다. 열심히 저축해 온 과거의 나를 믿고 뭐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후로 내 생활이 조금 바뀌었다. 문화생활이라곤 조용히, 혼자, 영화보기 정도에 머물러 있던 내가 다양한 강의를 찾아다녔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글도 꾸준히 썼고, 독서모임도 나고, 동아리를 만들었다. 나에게 시간을 준 대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해, 도전해야 해!" 하는 초조함과 조급함이 나를 계속해서 굴렸다.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도 나의 인복은 빛을 발했다.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배웠고 새로운 걸 함께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벌여 놓은 일 등을 하며 일 년이 지나갔다.


많은 것을 하면서도 내 둥지는 없었기에 계속해서 물음표 지옥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로 시작해서 진짜 뭘로 먹고살 수 있을까? 까지. 그래도 작은 성과가 있다면 상상력이 부족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경험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이전보다는 넓어진 세상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조금은 절박하게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실현할 방법을 찾다가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고 운영되는 기업인데 '예비' 단계가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떤 사명감을 가진 사람 아니지만 시작해보기로 했다. 다양한 사회 문제 중 내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ESG를 주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카페 내 일회용기 사용금지를 시행하는 등 실제로 사회가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기에 더욱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늘 소비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기획하는 일은 도통 쉽지 않았다. 좋은 아이템이라고 설렜다가도 두 개의 질문 만에 벽에 부딪혔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다양한 아이템이 있고, 없다면 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인이 1년간 쓰는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달까지 갈 수 있단다.

그러다가 공고가 떠버렸다. 정해진 것도 없고 자신도 없지만 데드라인은 어떻게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우선 서류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정의 내린 사회적 문제는 이거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쉽게 생산되고 쉽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의 지배를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로 발생하는 쓰레기라도 줄여야 한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그릇을 수거하듯 배달용기가 일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이라면 어떨까? 그렇게 바뀌면 좋겠다 썼다.


서류를 어찌어찌 다 쓰고 보니 나에게 사회적 기업을 알려준 남자 친구도 사실 서류가 통과되고 실현될 가능성보다는 내가 이 서류를 써보는 경험을 한다는 것에 더 의의를 두고 있었다. 치열하게 고민한 만큼 허탈하기도 했지만 0.00001프로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우당탕탕 이어도 제출하고나니 후련했다. 먹고사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이런 방향도 있구나를 경험했으니 다음번에는 더 넓고 크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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