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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06. 2022

그 일주일이 뭐라고

불쾌함에서 '편안'에 이르기까지 

나는 생리를 늦게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고했으니 그만큼 키는 더 컸지만 호르몬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휴대폰도 반납하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통에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그저 기숙사로 뛰어가는 것 밖엔 할 수가 없었다. 생리대가 어긋나서 새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이불에 묻은 경우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그 주기를 본인이 챙겨야 하니 우여곡절을 겪는 건 너무 당연했다. (무심의 극치인 나에게 주기를 체크할 수 있는 어플이 없었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니라 늘 준비되지 않은 때 예상치 못하게 시작하고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상황이 반복되니 매달 찾아오는 일주일이 짜증이 나는 건 더욱 당연하다.


이 호르몬의 변화에 대해 화가 나는 이유는 아주 많지만 내가 꼽는 하나의 이유는 느낌이다. 흔히 '굴'로 통용되는 이 느낌은 비극의 시작이고 통제할 수 없어 더 불쾌하다. 더해서 여름이면 냄새와 찝찝함과 싸워야 했고 혹여나 샜을까 봐 매번 잠을 편하게 자지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이를 내가 취사선택할 수 없으니 매달 반복되고 그럼 나는 매달 내 안의 나와, 불쾌감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탐폰이고 생리컵이고 알지를 못했으니 그냥 생리대를 사용하며 5일을 견디어냈다.




그렇다고 처음 탐폰을 알게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해봐야겠다 마음을 먹지는 못했다. 탐폰의 사용 방법이 질에 직접 넣는 형태이다 보니 컥 겁부터 났다. 내가 싫어한다는 느낌이 안 난다는 것에 대한 작은 궁금함만 있었다. 그런데 생리컵을 알게 된 것이다. 엄청난 혁신이었다. 사용하는 사람마다 신세계라며 편하고 좋다고 예찬하고 도전하기엔 무서운 건 마찬가지이지만 쓰레기도 안 생기고 보관도 간편해 보였다. 먼 훗날 생리컵을 꼭 쓰고 싶어졌다.


그럼 생리컵을 쓰기 위해서라도 탐폰을 써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심적인 단계가 '생리대-탐폰-생리컵'이었다. 결국 탐폰을 샀다. 처음에 설명서를 읽으며 끙끙됐던 내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늘 시작은 어려운 법, 사실 시작만 하면 별게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처음이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니 좋은 것 투성이었다. 불쾌했던 그 느낌에 해방된 나는 탐폰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렇게 몇 개월치 탐폰을 사서 쟁여두고 사용하던 나는 탐폰이 떨어져 갈 때쯤 생리컵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탐폰도 했는데 생리컵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멋도 모르는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렇게 편하다는 데 나만 안 할 순 없지 싶기도 했다. 생리컵을 판다는 수영구 제로 웨이스트 샵으로 갔다. 생리컵이 크기가 다양한 데 온라인에서는 생리를 할 때! 질에 손가락을 넣어서!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 밖엔 알려주지 않았다. 저걸 못해서 생리컵을 못 사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에겐 난이도가 높았다! 사장님께 크기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니 사장님이 역시 나의 어려움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흔히 사용한다는 그 방법 말고도 신장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본인은 이러하다고 말해주셨고 편안하게 내 사이즈를 결정 내릴 수 있었다.




용기를 내서 구매까지 했지만 사용하려고 보니 또 요지경이었다. 말랑말랑해 보이지만 꽤나 말 안 듣게 생긴 이 친구를 어떻게 나랑 친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었다. 우선 유튜브에 생리컵을 검색해보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생리컵에 대한 예찬을 전파하고 있었고 입문자를 위한 다양한 방법도 알려주었다. 그 덕에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탄성이 좋은 친구여서 손에 힘을 바짝 줘야 했고 이 위치가 맞는 건지, 실링이 잘 된 건지 한 번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두 달 정도의 적응 기간을 가졌고 지금은 사용한지 6개월에 접어들었다. 이 편한 걸 나만 알 수가 없어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도 알리는 중이다. 생리가 싫은 수만가지 이유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며 생리컵과 탐폰 모두를 추천한다. 나는 찝찝함, 불쾌감, 매달 쓰레기를 만든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나니 아주 편안하고 자유롭다. 생리가 끝날 때쯤엔 생리를 하는 것을 까먹을 정도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꼭꼭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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