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작년 5월부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생각노트나 휴대폰 메모에 남기는 짧은 영감의 글이 아니라 내 일상과 내 생각이 담긴 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긴 글에 담기는 나의 일상이 반짝거려서 글을 쓰는 순간마저 신났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매주 금요일 한 편씩 올리기로 나와 약속했다. 술술 써지는 날도 있었고 쓰기 힘든 날도 있었지만 빠진 날은 없었다. 작년에 썼던 글이지만 엊그제 겪은 일인 것처럼 생생해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렇게 60편의 글이 쌓였다.
무언가를 이렇게 꾸준히 한 적이 있을까 싶은 정도로 긴 시간인 만큼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그 시간 동안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고 내 글에 댓글을 남겨주는 독자와 소통할 수도 있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이기에 신기하고 또 소중하다. 하지만 매주 도전이었던 글쓰기가 일상이 된 만큼 처음과는 달라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전에 썼던 3편의 글을 보면 내가 봐도 반짝인다. 덩달아 그때의 나도 반짝인다. 그러나 지금의 글은 길어졌지만 설렘은 줄었고 똑같은 일상을 색다르게 보던 시각은 단조로워졌으며 글을 쓸 때마다 벅차올랐던 감동은 줄어들었다.
일상이 된 만큼 더욱 소중하다고 느끼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책을 내려고 한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내 목표는 출판이었다. 독립 서점에 있는 책들을 보며 내 책도 이곳에 있을 수 있을까 상상해보고 글이 몇 개 쌓이지도 않았을 때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책을 낼 거라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리고 1년, 이 이상의 익숙함에 젖어 나아가지 않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어떤 주제의 책을 만들 수 있을지, 읽히는 책은 어떤 책일지 고민만 하며 엎어지고 미뤄졌던 일을 실행할 때가 된 것이다.
1년 간 쌓인 글은 첫 책의 재료가 될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글을 모으고 수정하고 톤을 일정하게 바꿀 것이다. 책으로 나오기엔 글의 양도 내용도 부족해 보이지만 이를 수정하고 교정하는 과정도 다 내가 겪고 싶은 일이다. 사실 몇 주 전에 마음을 먹었고 시작한 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지지부진하기에 이렇게 글로 써서 남긴다. 29명의 소중한 구독자에게 선언하듯 내 결심을 알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완성해서 드디어 출판을 했다는 글도 브런치에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