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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May 20. 2022

인어공주는 아니지만

오늘도 수영은 재밌다

수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타기를 배웠다. 수면 위에서 물속으로 들어갈 때 고개를 배꼽 쪽으로 숙이면 훅하고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어공주의 수영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강사님이 하는 걸 물 밑에서 봤는데 훅하고 내려가 수영장 바닥을 짚고 올라오셨다. 엄청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얼른 하고 싶었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물에 내려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내려가면서 숨을 내뱉는 것이 어렵고 더해서 몸이 앞으로 나가는 게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었다. 수영을 하고 싶다는 욕구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것처럼 인어공주처럼 헤엄쳐보고 싶다는 로망이 어려움을 다 이겨내게 만들었다. 수압 때문에 코로 물이 무진장 들어왔지만 또 하고 또 했다.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고 재미가 가득했다. 물속에서 더 나가보려고 발차기도 해보고 손을 젓기도 한다.


재미가 있고 욕심이 나니까 스스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4시 45분, 수업을 마무리하는 박수를 치고 나서도 바로 나가지 않고 2바퀴 정도는 더 돈다. 한 시간을 채워 나오면 치열했던 스스로가 굉장히 자랑스럽다. 5월이 되어서는 중급반으로 레인을 옮겨서 평영까지 배우게 되었다. 중급반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영법에 요령을 금방 찾듯 중급반 레인에도 금방 적응을 했다. 이제는 내가 선두로 헤엄치는데 이 또한 너무 뿌듯하다.




수영이 너무 재밌다. 새로운 걸 배우고 몸으로 익히고 잘하고 싶어서 욕심나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잘하고 싶어서 잘 안 되는 부분은 강사님께 질문도 먼저 한다. 물론 강습생이 맞지만, 뭐든지 열심히 했던 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새로운 공식을 배워 어마어마하게 복잡하던 계산을 짧게 할 수 있을 때 느꼈던 쾌감을 수영하면서 느낀다. 단계별로 영법을 배우면서 내 몸이 좀 더 빨리 나가고 조금씩 덜 힘들어진다는 게 느껴질 때 너무 신난다. 부족하기 때문에 완성될 부분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다. 매일 수영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언젠가는 바다에서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게 수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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