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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27. 2022

자세히 봐야 예쁘다. 길도 그렇다.

일상에 숨을 불어넣기

매일 다니는 길을 색다르게 보는 방법은 여행하듯이 걷기, 자세히 보기, 오래 보기 등이 있다. 최근에 이런 방법으로 다르게 보는 길이 는데 집 근처시장 앞 길이다. 길은 변함이 없지만 그걸 보는 내 시선이 달라져서 하나하나 찬찬히 보고 있다.


'기획자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관찰일기를 쓰게 되었다. 멘토님이 커뮤니티, 기획의 시작은 관심과 관찰이라고 하면서 관찰일기를 쓰는 과제를 내주셨다. 매주 써야 하는 만큼 대상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걸로 골라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장 앞 길에 활짝 핀 이팝나무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보고 이 길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관찰 대상을 골라놓고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내가 아는 길인데 뭐 색다를 게 있을까 싶었고, 이팝나무 꽃이 다 지면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우선 무턱대고 관찰을 시작했다. 꽃이 얼마나 피고 졌는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어떤지, 종종 사러가는 과일가게에 어떤 과일이 나왔는지 찬찬히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 사람들의 옷차림은 얇아지고 밝아졌네? 날이 많이 따뜻해지긴 했다.

- 벌써 수박이 나왔네? 이제 진짜 여름이 오는가 보다.


평소 같았으면 너무 당연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부분들이 보이니 매일 다니는 길에도 애정이 생겼다. 관찰일기를 쓴 지 3주에 접어드니 다 변화한 것 같은 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증이 생겼다. 길을 더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나눠 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계속 길을 마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예상치 못하게 색다르게 보게 된 길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주택으로 둘러싸인 골목길이다. 수영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인데 색다르게 보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이다. 처수영을 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잠깐의 내리막도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리막을 거꾸로 걸어내려가게 됐는데 그시작이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지만 그 골목길에 들어서면 뒤로 걷는다. 앞으로 걷는 것과는 시선부터 차이가 난다. 그냥 걸을 때보다 멀리 보게 다. 하늘, 담장 위에 핀 꽃, 화분 그리고 높은 곳에 앉아 있는 고양이들까지. 평소와 똑같이 걸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내 시야 뒤편의 장면들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앞을 보고 걸을 땐 늘 내 걸음이 닿 아스팔트만 보게 되는데, 뒤로 걸을 땐 땅 이외의 모든 걸 보게 다.


3분 정도의 짧은 거리인데도 뒤로 걷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전환된다.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에 갇혀있었는지 반성한다. 날이 좋아지다 못해 더워지고 있는 요즘, 생명력이 날뛰고 있는 지금을 놓치지 않게 주변에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


길에서 만난 동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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