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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n 17. 2022

영도 야행

내가 알던 영도가 아냐

저번 주에 태종대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했다고 한다. 나는 거주민이지만, 거주민이기에 몰랐던 사실이다. 내가 하는 거주민이란 사는 곳에 기본적인 애정은 있지만 생생한 현재 소식에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동네의 소식을 건너 건너 듣게 될 때면 기분이 묘하다. 특히 올해는 내가 영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고 약속한 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다섯 개의 활동 중 2개가 영도 기반으로 하며 많은 사람들이 영도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겠다는 게 활동의 주 내용이다.


하지만 영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창구가 많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남들이 다 아는 영도의 전설이나 어릴 때 놀았던 중리해변 등 내가 경험했던 것으로만 영도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영도 야행을 다니며 내가 몰랐던 영도의 모습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영도 야행은 내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기획자의 집> 졸업생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깡깡이 마을을 시작으로 중리해변을 지나 태종대, 청학 배수지 전망대까지 영도 한 바퀴를 돌며 영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건 '영도는 옛날에 말 사육장이었고 여기서 자란 말이 너무 빨라서 그림자가 끊기다는 뜻의 '절영도'라고 불렸다.'정도인데 이번 야행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절영도'가 그림자가 없는 섬, 신령한 섬으로도 불렸다는 것과 부산에서 2번째로 지어진 엄청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는 것, 제주도 출신 해녀가 가장 많은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 집 건너 한 집에 점집이 있는 이유나 제주은행이 영도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연쇄적으로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태종대 안에는 구명사가 있는데 자살바위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 그걸 막기 위해 불상을 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함지골이 사실은 커다란 계곡이라는 뜻의 '한지골'데 지명을 적는 공무원이 들리는 대로 쓰는 바람에 '함지골'이 되었다는 추론과 중리산에 지뢰를 많이 뿌려놔서 아직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어디서 듣기 힘든 영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고 소중해서 휘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영도 사는 사람들에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애향심을 기르는 수업듣는다고 한다. 영도 야행에 참여한 분 중에는 '마을강사'로 활동하는 분도 계셨는데 그분이 영도 야행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생생한 영도의 이야기를 전하는 수업을 한다고 하셨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구나를 느끼면서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학교 다녔을 때 그런 수업이 있었다면 지금 영도에는 내 또래 친구들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었다.  


야행의 마지막 코스인 청학 배수지 전망대에서 부산항대교를 품고 있는 야경에 감탄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도주민으로서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러면서 청학 배수지만 알던 나도 영도 곳곳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반딧불이도 만나면서 영도에 더욱 애정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데 이제 영도가 더욱 새롭게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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