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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n 24. 2022

말 많은 내가 조용해질 때

화난 게 아니라 방전돼서 그래

오늘 이 글은 생각보다 어렵게 쓰였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더라... 캘린더를 확인하고 갤러리를 열어보고 눈을 감고 곰곰이 한 주간 있었던 일을 곱씹어본다. 무엇을 글감으로 삼을지 고민한다. 남자 친구와 함께 지인 결혼식에 참석한 일에 관해 적어볼까, 그러고 집에 오니 깁스를 한 동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아니면 그래서 오랜만에 다 같이 끼니를 챙기는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까. 꽤나 다양한 일이 있었는데 쉽게 글이 써지지 않는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이라 글을 쓸 때말하듯 와다다 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지금은 아니다.


이번 일주일, 많이 말하고 많이 들어서 더 이상 말할 힘이 없는 건가 리적인 의심도 든다. 최근 남들과도, 스스로와도 이야기를 많이 다. 활동마다 글 쓸 일이 있어 매주 짧은 글을 쓰고, 잠시 시간이 생기면 내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교정하고 새 글을 덧붙인다. 머릿속은 이것들의 교통정리를 하느라 바쁘다. 할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 참 오랜만에 주 단위로 일정을 적었다. 이번 주 꼭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오늘 할 일. 전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조금 벅찬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니 떠들기를 좋아하는 나도 좀 힘든가 싶다.


무슨 일을 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힘들어하고, 무슨 일을 하면 한다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참 간사하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이기에 일을 벌이는 만큼 나를 채우는 시간을 만드는 수밖엔 없다. 이럴 때면 책이 간절하다.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고 싶다. 내면의 소란스러움마저 잠재우고 책 속의 문장을 차분하게 곱씹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 가끔은 말을 너무 많이 해 오늘처럼 글 쓸 힘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글 쓰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당장 다음 주서점이나 도서관 가 책에 파묻혀있어야겠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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