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찬사
<탑건: 매브릭>을 보고
지금 이 글은 <탑건: 매브릭>을 보고 나온 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쓰는 아주 따끈따끈한 감상평이다. 큰 스포 없이 날 것의 내 감정만 전달해보겠다. 잘 만들어진 영화가 얼마나 큰 쾌감을 주는지 허겁지겁 글로 옮겨본다. 사실 97년에 나온 탑건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고, 톰 크루즈를 좋아하지만 조금 유치해 보이는 이 영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게 없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탑건 1을 보신 아버지가 탑건 2를 보러 가기 전 날 예고편을 몇 번이고 돌려본다'는 글을 보고 혹시 우리 아버지도?라는 생각이 스쳤다.
바쁘다고 하는 아버지에게 땡깡 피우듯이 약속 시간을 정했다. 사실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영화관을 가야겠다는 약간의 의무감과 아버지 세대가 좋아했던 영화의 후속작이 나왔는데 우리 아버지만 못 보고 넘어갈 순 없다는 약간의 자존심이 뒤섞인 약속이었다. 거기에 모이기 힘든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보러 가게 되자 나는 이 영화가 제발 재미있길 빌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내가 영화에 대한 후기를 접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속으로 초조했다.
다행히 잠깐만 검색해봐도 다들 만족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이거 11-12천 원 내고 보는 건 엄청난 돈 낭비입니다. 돈을 허공에 뿌리는 짓이에요. 그냥 22000원 내고 4DX로 보세요"라는 후기는 영화를 4D로 예매하게 했다. "해군에 지원하겠다, 최근에 봤던 상업영화 중에 최고다." 등의 후기를 보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차곡차곡 쌓였다. 영화를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해 <탑건 1>을 정리해놓은 동영상과 예고편까지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영화가 시작되고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의자가 움직이자 신나고 재미있기만 했는데 커다란 화면에 소리와 진동까지 더해지니 영화가 끝날 때쯤 나는 F-18을 조종하는 파일럿이 되었다. 그들과 한 팀이 되어 같이 마음 졸이고 응원하고 환호했다. 엔딩크레딧이 딱 올라가는데 긴장이 풀리며 후련하고 개운했다. 얼른 모두와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렸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보니 얼마나 오래도록 곱씹히며 기억에 남을지 기대가 된다. 아버지께 영화 보러 가자고 땡깡 피운 스스로를 칭찬하며 영화가 내리기 전에 다른 스크린에서 한 번 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