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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Aug 07. 2022

쓴 약이 몸에 좋다

그래도 달달한 약이면 좋겠다

저번주 서로 다른 프로젝트의 실행일이 겹쳐서 목요일과 토요일 이렇게 두 개를 같은 주에 진행하게 되었다. 하나는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2시간 정도의 행사였고 다른 하나는 나를 포함해 4명이서 5시간을 함께 보내는 행사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프로젝트를 단시간에 보니 나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우선 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흥미, 관심, 목표 등에 맞닿아있는 분들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밀도 있는 대화를 좋아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어떤 생각을 하는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한다. 언니와 오빠와의 대화가 기대되고 좋았던 이유가 나보다 한단계 더 고민한 내용, 정립된 본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알 수 있어서인데, 요즘은 나이불문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구나 느껴지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인원이 많이 모이는 행사의 경우 진행자도 아니고 스탭으로 있다보니 참여자들과의 관계는 커녕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었다. 인원이 적게 모이고 길게 함께한 행사는 내가 직접 진행을 해서 모든 참가자와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 누구인지, 어떤 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인지 등을 알 수 있어서 힘든 것보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대부분 행사의 참가자였다가 이제야 기획자로 롤이 바뀌었는데 나는 둘 다 좋아하는 것 같다. 문화 행사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참가자였을 때는 단순히 재미있고 좋았다만 느꼈다면 기획자일 때는  나의 의도대로 따라와주는 참가자를 보면서 뿌듯함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나의 의도대로 참가자가 따라오고 느낀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 하나의 행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되어 앞으로 어떤 문화 행사를 보든 이전보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마지막은 나의 성장과 관련해서 이다. 이제 기획을 시작한 입문자로 나는 나의 흥미로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고민을 하는 시간이 나를 성장시킨다.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사람,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에게 느낌이 참 중독적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피드백이 필수인데 첫 행사부터 아주 불만족 이라는 답변을 하나 받았다. 물론 행사의 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었지만 쓴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오히려 답을 남겨주시고 이유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참 행운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게 이런 걸까 싶은 기분이었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쓴 피드백을 잘 삼켜 다음에는 더 잘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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