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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pr 05. 2017

의재도인(毅齋道人) 향기를 찾아서

의재미술관과 허백련화백

예향(藝鄕) 광주!

예향광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들려 봐야 할 곳이 광주광역시 동구 증심사길 155(운림동 85-1) 의재미술관과 허백련화백의 흔적들이다.
의재 허백련화백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고 운용중인 의재미술관은 무등산 증심사로 가는 길 왼편에 있다. 목재와 유리, 노출콘크리트로 된 현대식 건물인 미술관은 허백련화백의 작품과 무등산이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를 담았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작품을 감상하는 셈이다. 무등산하면 증심사를 떠 올리고 증심사 가는 길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흔히들 지나친다. 등산에는 산 봉우리까지 오르는데 의미를 두는 '등정주의'와, 등산 가는 경로에 의미를 두고 여유있게 이곳저곳 들리며 가는 '등로주의'가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나는 등로주의를 선택한다. 무리해서 산의 정상까지 오르려하지 않고, 대신에 오고 가는 길에 들려야 할 곳이 있으면 반드시 들려보면서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을 해보려 한다. 등산 길에 있는 미술관은 휴일에 등산을 하면서까지 바쁘게 서두르지 않고 싸목싸목 구경하며 오르면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란 시도 있지 않은가? 미술관이 그 꽃이다.






의재(毅齋) 허백련(1891.11.2~1977.2.15) 화백은 부친 허동언(許東彦)과 모친 박동예 사이에서 1891년(고종 28년)에 전라남도 진도(珍島)에서 출생하였다. 허백련화백은 남종화의 대가이다. 문인화라고도 불리는 남종화는 교양과 정신을 중시한다. 남도는 예로부터 풍요롭고 넉넉한 곳이다. 발달심리학에서 사람은 유전의 영향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했다. 사는 것이 여유로우니 마음 또한 넉넉해질 수밖에 없다. 광주가 예향이 된 이유다. 여유로운 마음이 느낀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니 추상성이 강하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수묵과 담채로 표현한 그림이 바로 남종화다.
전남대학교 박물관(

http://museum.jnu.ac.kr



)에서 허백련 화백의 대표작인 일출이작(


http://www.mudeung.org/__upload/thumb/Rrc16f2f3/1_1414459821_8232.jpg



- 복숭아꽃 핀 남도의 봄과 낮은 산, 넓은 농경지의 풍요로운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계산청하(溪山靑夏), 설경(雪景), 추경산수(秋景山水) 등이 있다.
의재 허백련화백은 1937년 광주에 정착한다. 이듬해인 1938년에 그림과 글을 통해 인격을 닦기 위한 호남지역 인사들의 모임인 연진회를 발족시킨다. 1946년에는 삼애학원이라는 광주국민고등학교(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하여 청소년들이 학업과 농사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무등산의 차밭을 사들여 삼애다원을 설립하고 춘설차를 생산한다. 박물관 건너편 산에서 춘설차밭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갔던 3월에도 차밭은 부르름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주위의 잡풀들이 노랗게 말라 있어서 차밭이 더 도드라져 보여 좋았다.





차밭인 삼애다원 아래에는 ‘춘설헌’이 있다. 춘설헌은 허백련화백이 40년 동안 기거하면서 화실로 사용한 작은 건물이다. 춘설헌의 본래 명칭은 ‘석아정(石啞亭)’이었고, ‘오방정(五放亭)’이었다. 석아정이란 이름은 독립 운동가이며 민족주의 언론인이었던 최원순의 호에서 유래하였고, 오방정이란 이름 역시 독립운동가인 최흥종 목사의 호에서 유래되었다. 이러한 곳이 허백련 화백에 의해 ‘춘설헌’으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춘설헌은 동구 증심사길 81번지에 있으며, 1986년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 5호로 지정된 역사 유적이다.
춘설헌 옆에는 춘설차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문향정이 있다. 문향정에서 은은한 향기를 품은 춘설차를 음미할 수 있다. 아직은 햇볕이 따사로운 것이 좋은 3월, 차를 주문하고 창가에 넉넉하니 들어오는 햇볕의 응원을 받으며 등산로를 바라다 보았다. 차를 마시니 추운 겨울을 이겨낸 여린 잎이 우러난 따듯한 봄과 겨울의 향기가 내 몸으로 녹아들었다. 눈도 코도 입도 호강을 한다.



문향정을 지나 산기슭 숲길에 이르면 허백련 화백의 묘소로 이르는 오솔길이 나온다.
묘소로 오르는 숲길은 3월로 봄이 시작되었건만, 아직은 겨울의 차가움을 품고 있다. 그러나 물러나는 겨울이 어찌 봄의 따사로움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기분 좋게 차가운 공기는 도시의 매연에 찌든 폐를 맑게 하고 정신마저 상쾌하게 한다. 맑아진 정신으로 예술의 삶을 살다간 의재 허백련 화백의 마음을 잠시나마 느끼며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 사이 묘소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설 수 있다. 












묘소에 서서 건너편으로 바라다보는 산 또한 예술가 허백련 화백의 삶을 묵묵히 지켜봤을 터이다.
한참을 산과 숲과 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는 느낌이 든다. 지난 가을, 떨어져 내린 낙엽을 뚫고 고개를 내민 여린 풀잎들이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세월은 그렇게 계절을 가게하고 새로운 계절을 오게 하였다. 계절뿐이겠는가? 사람 또한 가게 하고 오게 한다.

허백련 화백을 품고 있는 무등의 기슭을 떠나 다시 광주 시내로 향하는 길에 학동 3거리 길을 만난다. 이곳에서도 허백련 화백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과 춘설헌, 문향정에 남겨 둔 미련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어서 좋다.
몇 마리 학이 서서 노니는 모습을 재현해 놓아서 학동 3거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맞은편에 의재 허백련 화백의 동상이 있다.
동상 앞에는 미당 서정주 선생님이 허백련 화백을 기리며 쓴 글이 남아있기도 하다.






ㅇ 의재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ujam.org/



ㅇ 관람시간(마감시간 30분전까지 매표)
- 하절기 :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30분 
- 동절기 :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 휴 관 : 매주 월요일, 1.1, 구정, 추석
ㅇ 관람료
- 일반 2,000원(20인 이상 단체 1,000),청소년군인 1,000원(단체 500)
- 무료 : 7세 이하, 65세 이상, 국가유공자(본인에 한함), 장애인 
ㅇ 찾아가는 길


- 시내버스 증심사행 탑승 좌석02, 첨단09, 수완12,49, 운림35,50,51,54, 봉선76(증심사가 종점)
(증심사 입구 시내버스 종점에서 하차한 후 등산로를 따라 15~20분 도보 이동) 

- 지하철 증심사입구역 하차, 1번 출구에서 첨단09, 운림35, 운림50, 운림51, 운림54, 봉선76환승



- 자가용 이용 증심사 입구 공용주차장에 주차한 후 등산로를 따라 15~20분 도보 이동

ㅇ 인근 관광명소
- 증심사(증심사길 177, 의재미술관에서 무등산 족으로 200m 위에 있다.)
- 문빈정사(증심사길 81, 의재미술관에서 시내쪽으로 800m 아래에 있다.)
ㅇ 주변 맛집 : 무등산 보리밥집은 어느 곳이나 괜찮다. 보리밥집의 김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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