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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n 06. 2016

현충일 국립묘지에서

현충(顯忠)일, 나라를 위한 충성을 기리는 날...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한 이유가 '6월에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을 따라 제사 형태를 취하기 위해서' 라는데, 기념일 선정 이유가 좀 옹색하다.


내가 군에서 복무할 때, 1982년 공군사관학교에서 시행한 정신교육과정의 하나로 동작동 국립묘지, 현재의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전쟁이 일어나면 기꺼이 싸우겠다고...,

죽더라도 국가에서 이렇게 챙겨줄거라는 믿음이 생겼던 기억이 난다.

군인 신분으로 같은 군인들이 잠든 곳에서 마음이 남 달랐던 듯 하다.
지금은?, 글쎄…?


지하철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우리 일행도 현충원 길 건너에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현충일을 맞아 우리처럼 현충원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타고 온 차와 내려서 겄는 사람들이 엉켜서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현충원 정문을 들어서는데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서 보니, 나이 지극하시고 군복입은 아저씨가 아주머니께  "빨갱이 같은 년…"이라며 욕을 하고 멱살을 잡아 흔들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서서 들어보니 헛 보수주의자도 못되는 사람이 자신은 '파랭이'인줄 알고, 자신과 다르면 다 빨갱이라 몰아 세우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자신이 잘 못해놓고도 목소리만 커서 인민재판식으로 몰아 붙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듯 했다.
내가 보니 겉만 파랗고 속은 뻐얼건 찌그러진 수박같은 가스통할배던데….


온갖 구실로 군에 가지 않고 정부의 고위층에 오른 사람일수록 '전쟁을 불사하고…'라고 말을 쉽게 하는 것을 보면 기도 안찬다.

자신은 전쟁 나면 고위직의 권력을 이용해서 비행기타고 외국으로 도망갈 수 있다 이거지?

그런 수박같은 사람과 친일한 사람들이 큰 소리치고 잘 사는, 국민을 편가르는 그런 정부를 위해서,

만일 다시 전쟁이 나면,
죽음을 무릎쓰고 전쟁에서 싸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가족을 위해서는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묘소를 참배했다.

1953.7. 전사한 사병의 묘비를 보았다. 하루만 더 버텨냈으면 그도 지금 생존해 있을텐데….

국립묘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묘비의 주인공들. 그들이 처음부터 군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전사함으로써 꿈도 함께 묻히고 잊혀져간다는게 안타까웠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인 나는 감사함과 다행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들이 온 몸을 던져 지켜내었기에 오늘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 나라에서 나는 가족과 함께 꿈을 이루어 나가고…. 나 역시 군에서 장교로 근무했었다. 만일 나의 시대에 전쟁이 났다면 '총알받이'라 불리웠던 '소위, 중위'로써 나도 '돌격 앞으로!'를 외치다가 이름없는 들판에서 군번줄 하나 남기고 사라져 갔겠지. 어쩌면 운이 좋아 여기 묻혀 있을지도 모르고….
또, 장군묘역보다 작고 낮은 곳에서 열병식하듯 행과 열을 맞춰 선 사병묘역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죽어서도 계급 차이가 있어야 하나?

그런 생각 끝에,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반대로 한다는 것 - 오른 쪽과 왼쪽도 반대로 하고... - 가 생각났다.
크고 높은 곳에 있는 묘소의 대통령과 장군들이 오히려 작고 낮은 곳에 있는 묘소의 사병보다 더 못한 것은 아닐까? 반대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니 다소나마 마음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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