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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pr 02. 2016

나무와 나

노인당에 놀러 가시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어머니께서 힘들다며 쉬셨다.

나도 따라 함께 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원에 내 키만 한 나무들이 줄지어 함께 쉬고 있다.


나는 나무의 이름을 모른다.

나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내가 나무의 이름을 알고,

나무도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어떻게 될까?
알아도 몰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자연은 그냥 그런 것이니까.

이름이 뭐든 상관없이,

존재를 그 존재함으로 인정하고,

그냥 주어진대로 나름의 삶을 살아가 보는 것….


그러면서 서로 성장해가고,

꽃이 피고 열매 맺듯이,

자식을 낳고,

자식이 성장하는 것을 기뻐하다가,

불현듯 깨달은 자신의 늙음에서 밀려오는 슬픔.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여기저기 아파오는 몸.

자식 떠난 빈 방에 홀로 서서 아파지는 마음.

이런 모든 것이 다 자연의 순리인 것을….


뒤에서 바라 본 어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과

나무를 함께 바라보다가 깨닫는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에 단풍이 들었음을….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대신 하얗게….

단풍 든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본다.

아직은 파란 잎으로 무성한 나무를 보면서,

가을에 단풍질 나무를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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