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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06. 2018

더운 여름밤을 잊게 한 토요음악회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서창 들녘을 넘으면서도 아쉬움의 긴 여운을 하늘 가득 붉은 자락으로 펼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4계절을 인생에 비유하면, 혈기가 넘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청년기를 여름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여름은 청년기이고, 매년 그 해 여름이 가장 덥다고 해도, 올여름 태양은 유독 바쁘다. 구름 뒤로, 소나기 뒤로 숨어 쉴 틈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민낯을 내밀어 검은 프라이팬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이리도 바삐 일하느라 태양마저 구슬땀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태양을 원망할 수는 없다. 이 모든 자연현상이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뉴스에선 111년 만의 폭염이라고 보도하면서, ‘폭염’이란 단어 앞에 ‘사상 최대’, ‘극악’ 등의 수식어를 붙인다. 하루를 정리하는 밤 뉴스에 이런 타이틀의 보도를 보다 보면 잊었던 한낮의 더위가 다시 엄습한다. 뉴스를 제작하고 편성하는 팀에선 이런 부작용을 알고나 있을는지? 내일 또다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를지라도 오늘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태양에게 수고했다 말하고 싶다. 아무리 더워도 태양 없이 영원한 어둠 속에 잠기는 것은 더 끔찍할 테니 말이다.

사람마다 더위를 잊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에어컨은 장식품으로 두고, 부채와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지내는 내 방법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신문과 SNS 보도용 기사를 쓰고, TV 방송용 영상을 편집하느라 집중하면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도 갈 곳을 잃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영화 '천일의 앤 주제곡', 'Nana Mouskouri의 Recuerdos De La Alhambra', 'Agnes Baltsa의 To Treno Fevgi Stis Okto' 등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음악을 틀어 놓고, 볼륨 줄인 TV로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더위도 함께 차분히 가라앉아 여행하듯 지나간다. 

오늘 저녁엔 특별한 음악을 듣기로 했다. 주말에도 더울 거라는 일기예보대로 무더운 오후를 보낸 후 해 질 녘 이른 저녁을 먹고, 광주광역시 동구 지호로 지산유원지, 토요음악회를 즐기러 갔다. 광주 시내 야경을 조망하면서 즐기는 한여름 밤의 음악여행! 멋지지 않은가?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악회에 온 시민들을 위해 부채와 행사 진행표, 게다가 물과 목에 두르는 냉방용 스카프를 나눠주느라 구청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시민을 위해 토요일 오후를 반납하고, 수고하는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니 방긋 웃는다. 고마움을 느끼면 바로 '고맙다'라고 말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서 아름다운 미소를 자주 보게 되니 자연스레 덩달아 행복해진다. 자연은 자연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람 사이에도 자연은 차고 넘친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공연장 뒤로 붉은 노을이 가득했다. 잔잔하게 경음악이 흐르고, 음악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준비된 의자를 메웠다. 무더운 여름밤, 여러 음악으로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찾으려는 나와 같은 마음의 시민들이다. 오늘 지산유원지 토요음악회에는 저녁 7시 30분부터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공연단체들인 퓨전국악그룹 ‘뜨락’, 관현악 연주단 ‘트럼펫 콰이어’, 통기타 그룹 ‘한살차이’, 성악 듀오 ‘뮤탑보이스’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2017년 4월부터 시작한 지산유원지 토요음악회는 2018년 올해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지원을 받는 문화재 활용 사업으로 변모했다. 음악회에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을 듣는 두 시간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금세 흘러가버렸다. 국악으로 연주하는 Let it be가 새로웠고, 트럼펫과 통기타로 연주하는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나를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로 이끌며 즐겁게 했다. 더러 가사가 생각나는 대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따라 부르던 노래는 학교 다니던 시절의 노래였다. 학교 다니며, 공부한 내용은 대부분 잊었는데, 어찌 노래 가사는 생각이 나는지?, 없어봐야 있음의 소중함을 안다더니, 공부만 해도 좋았던 그 시절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쉽고 그립다. 음악은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머신이다.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 그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이야기와 함께 추억으로 떠오르니 말이다. 더구나 어둑해진 주변에 무대만 밝은 조명으로 밝으니 꿈을 꾸는 듯했다. 몇 차례의 앙코르가 이어지고 음악회가 끝났다. 몇 시간이나마 더위를 잊게 한 8월의 음악회를 준비해 준 사람들과 공연에 나서 준 사람들이 고맙다. 오지호 화실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나무에 걸려 있어서 그림도 보았다. 곱디고운 아이들의 감성이 음악과 어우러지니 그림만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그림 주제는 집과 나무였다. 심리학에서 HTP검사는 그림으로 마음의 내면을 보고자 할 때, 집과 나무 그리고 사람을 그리게 한다. 집은 가정을, 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시간이 났다면,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아이들의 모습과 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음악회장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기 때문일까? 다가올 9월이 기다려진다. 9월이 오면 태양도 조금은 순해질 거고, 성큼  가을이 다가 서기도 하거니와 9월의 음악회가 또 열릴 것이다. 9월에는 1일(토) 19:00에 볼사리노 주차장에서 열린다 하니 또 기대해본다. 사과가 익어가는 계절 9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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