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에 왔다. 어릴 때 놀던 곳이다. 어릴 때 살던 집에서 공원다리라 불렀던 광주교를 건너면 공원이었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늘 숙제로 곤충채집을 해야 했다. 공원의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다. 꼿발 딛고 나보다 더 큰 잠자리채를 아무리 올려 뻗어도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풍뎅이에 닫지 않아 애를 태우던 기억이 났다.
또 하나, 공원을 돌다 보니 '옛 동산에 올라' 가곡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 나왔다.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려.
지팡이 도로 짚고 산기슭 돌아서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려.'
그러나 노랫 말처럼 산천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변하고 사람이 변했을 뿐이다. 늘 반갑게 안아주시던 부모님이 안 계실 뿐이다. 내가 언제 또 다시 공원을 둘러볼지 모르지만, 눈이 아리게 보고 또 보며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하나 빼지않고 마음에 담았다. 내가 어릴 적 꼿발 딛고 섰던 나무가 어느 나무인지 기억도 안 나고 내가 보던 그 때의 풀잎은 아니지만, 동무들과 형제자매들이랑 어울려 놀던 기억은 여기 풀잎에 추억으로 숨었고, 저기 나뭇가지에 그리움으로 걸려 있었다.
나중에, 나중에라도 내가 돌아가신 부모님 나이가 될 때쯤, 지팡이 고쳐 짚고 다시 공원에 서서 지금의 나를 회상할까? 아니면 여전히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을까?
공원은 지금처럼 의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