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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26. 2018

공공 조형미술품에서 얻는 話頭와 思惟하는 삶

출퇴근을 하거나 또는 다른 일로 거리를 거닐며, 건물 앞을 지나치다 보면, 건물 앞에 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리너머로 진열된 물건이나, 마네킹이 걸친 옷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건물 모퉁이에 설치된 공공 조형미술품을 보고 선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설령 설치된 조형 미술물이 아무리 커도, 사람들은 보는 둥 마는 둥이다.
사실 건물 앞에 설치 된 미술작품은 문화예술진흥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건축물의 연면적 합계가 1만㎡ 이상인 경우 공사금액의 일정비율을 할애해 공공 조형 미술품을 설치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많은 금액을 들여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여, 민족문화 창달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법 규정에서 강제하고 있는 목적과는 다르게 현실 속의 우리는 건물 앞에 설치 된 미술작품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일부러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는 많은 미술작품들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거리를 지나는 우리가 눈길 한 번 주기를 기다리며,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망부석처럼 제 자리에 서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설치하는 미술 작품인 만큼 그냥 동네 아저씨가 장난삼아 만든 작품이 아니다. 꽤나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거리에 설치된 조각상 등의 공공 조형미술품을 발견해보자.
광주 서구에서는 상무지구 거리에 가장 많은 공공 조형미술 작품이 서 있다. 좀 높다 싶은 건물이면 어김없이 여러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더러는 공원입구나, 아파트에도 설치되어 있다.
작품을 발견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제목과 작품 설명은 뭐라 되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작품을 안내하는 명패가 붙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더 더욱 좋다. 보는 내가 이름을 지어 보는 것이다. 비록 내가 직접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으나, 내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내 마음속 작품이 된다. 그리고 이후로는 그 작품 앞을 지날 때마다 자연스레 그 작품이 잘 있는지 살피게 된다. 내가 지은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하면, 그와 나는, 내가 지은 작품 이름으로 서로 소통하게 된다. 혹시 아는가? 그 작품이 내가 지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결국 그 작품의 이름이 되어 버릴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이나,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우리를 둘러싼 꽃과 나무 이름도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 맨 처음으로 가면 우연히 이름 짓고 부른데서 연유한 것처럼…….
또 친절하게도 작품의 이름이 있고, 작품에 대한 해설이 되어 있다면, 이를 읽고 다시 보면 작품이 달라 보일 수도 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생활하면서 수도 없이 경험해 왔으니 말이다.
설치 작품을 볼 때도 정면에서만 보지 말자. 왼쪽에서도 보고, 오른쪽과 뒤에서도 보자. 다리를 접고 앉아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도 하자. 해가 쨍쨍 비추는 한 낮에 보기도 하고, 붉은 석양빛에 보기도 하자. 똑 같은 하나의 작품이지만,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이 어떤 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 가장 많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물 앞에 설치된 공공 조형미술품을 보면서 내 마음을 보는 것이다. 심리 상담센터에 가서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번민과 괴로움을 상담하면, 내 마음의 상태를 제 3자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만큼 내 마음을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다만 사람들이 수시로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보고 느끼며 지내고, 내 마음을 보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입장에 중심을 두고 그 사람의 기준에 나를 맞추느라 괴로워할 뿐이다.
작가가 지은 작품의 제목이 마음에 들면 그 작품 제목을 하루 종일 마음속에 담아 둬 보자. 마치 스님이 깨달을 때까지 마음에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화두(話頭)처럼…….
화두를 마음에 품게 되면, 사유(思惟)하는 삶이 된다. 사유하는 삶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되고, 여유가 된다.
혼잡하고 바쁜 도시생활에서 사유할 수 있는 화두 하나 얻어갈 수 있는 공공 조형미술품을 사랑해보자. 또 다른 면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깨달을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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