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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n 11. 2023

생각이 많아서

나는 회사 다닐 때 생각이 너무 많다고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지적을 받고 나서 '생각이 많아서 문제인가? 오히려 생각이 없어서 문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대한 지적을 다시 생각한 셈이다. 내게 생각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상사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는지 분명하게 말을 해줬다면 수긍하거나 반박했을 텐데, 그저 생각이 많아 문제라고만 했으니,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런 말을 한 상황과 맥락을 돌이켜 봐도 알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사전에서는 '생각'에 대해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또는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생각이 많아 문제라는 말에는 기억이 많아서 문제라는 뜻보다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 많다는 뜻이라고 나는 해석했다. 우유부단이란 말이 따로 있으나 우유부단은 아니고, 뭐지?


인간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때가 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면 생각은 오히려 더 솟는다. 마치 스프링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가 놓았을 때처럼...,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것을 `칼리귤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 한다.  백곰을 이용한 심리학 실험이 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백곰 영상을 보여준 후 세 그룹으로 나눈다. 첫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기억하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세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실험 1년 후 백곰 영상의 내용을 가장 잘 기억한 그룹은 백곰을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금지했던 세 번째 그룹이었다.


생각이 많아 괴로울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괴로울 땐, 떠 오른 생각들을 격식에 상관없이 하나의 포스트잇에 하나의 생각을 적는다. 더 이상 적을 생각이 없을 때까지 적은 후에, 포스트잇을 자신이 정한 우선순위를 정해 차례대로 붙인다. 붙이다 비슷한 생각이 나오면 먼저 붙인 포스트잇 아래에 이어 붙인다. 급한 순으로 하거나 중요한 순으로 하거나 우선순위는 자기 마음이다.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점차 간결해져서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마구 떠 오르는 생각들을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시절로 생각을 옮겨 가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으로 지우는 것이다. 이 방법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과 같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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