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는 '부다'와 '페스트' 두 개의 도시가 하나로 합해진 지역을 부르는 명칭이다. 왕궁의 언덕, 겔레르트 언덕 등이 있는 도나우 강 오른 쪽의 '부다'는 14세기경부터 헝가리 수도여서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이 산재되어 있다.
'페스트'는 도나우강 왼 쪽에 있으며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부다'와 '페스트'는 1872년에 하나의 도시로 합병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근 소도시를 더해 더 큰 도시가 되었다. 세계 유산 목록에 올라 있는 도시로, 매년 세계적으로 수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부다페스트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인근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티켓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등을 1회만 탑승이 가능한 1회권이 있으며, 24시간, 48시간, 72시간의 범위 내에서 몇 번이라도 대중교통을 타고 내릴 수 있는 시간 제한 티켓이 있는데, 하루에 3회 이상 이용하면 1일 권인 24시간권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했다. 우리는 4일 동안 부다페스트에 머물 예정이니 72시간권을 예매했다. (24시간용 티켓은 1,650포린트, 72시간용 티켓은 4,150포린트이다.) 티켓 사용 개시 시각은 티켓을 구매하는 순간 시작된다. 티켓 구매 날짜와 시각은 작은 글자로, 티켓 사용이 끝나는 시각은 큰 글자로 인쇄되어 있다. 티켓 검사는 수시로 이루어지는데, 일부러 보여 줄 필요는 없고, 요구하는 경우에 한 해 보여 주면된다.
외국인, 특히 우리처럼 눈에 확 띄는 동양인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 서면, 구걸하는 사람이 접근하니 주의가 필요했다. 말이 구걸이지 돕는다는 핑계로 돈이나 신용카드를 가로채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들이 표를 예매하는동안 나는 아들 주위로 접근하는 두 사람을 막아야 했다.
태국에서 배운 경험! 외국에 나갔을 때,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돕겠다며 접근하는 사람은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선의일 수도 있으나, 바쁜 세상에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손해 보거나, 황당한 경험을 면할 수 있다. 의심부터 해야하는 세상이 슬프지만,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큼 나쁜 사람도 많음이 현실인 것을..., 말이 통하지 않고, 전화 통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정확히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수 밖에... '보통 사람인 내가 긍정적으로 살려면 우선 내가 머무르는 상황이 긍정적이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든 만큼 마음 그릇이 커졌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마음 그릇이 커졌음을 느낄 수 없다. 대신 나이 들어 스스로 포기하는 일들이 많아짐을 경험하면서 내 마음 그릇에 금이 가고 이가 빠졌음을 느낀다. 내 경우를 보면, 나이 든다고 마음 그릇이 절로 커지는 건 아닌가 보다. 아니면 내가 아직 그 나이에 이르지 못 했거나...
부정적이거나 극한 상태에 처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 그릇이 큰 걸까?
세상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여유롭고 건강해서 모두가 넉넉한 크기의 마음 그릇을 갖고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믿고 살았으면 좋겠다.
감기가 심해져 입맛을 잃으니 아들의 걱정이 크다. 아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러 한국식당에 가자고 한다. 찬우유와 빵, 찬 치즈와 베이컨 등으로 차디 찬 음식만 먹어 왔는데, 정말 매콤하고 뜨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빵을 좋아해 자다가도 빵이라면 벌떡 일어나는 나이기에 아무리 긴 여행이라도 우리 음식을 찾지 않았는데, 몸이 아프니 도리가 없다. 아들 말을 따라 부다 성 아래에 있는 한국 식당인 '서울식당'에 갔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밥과 함께 나온 뻘건 국물의 김치찌개는 병든 내 입맛을 살려 냈다. 밥을 먹고 뜨겁고 매콤한 국물에 김치를 얹어 먹으니 힘이 난다. 김치끼개가 뽀빠이가 먹은 시금치처럼 내게 불끈 힘을 솟게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살고 김치 힘으로 산다. 감기야 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