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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Dec 31. 2020

2020년을 보내며

보신각 종소리가 날 때마다 환호성이 종소리보다 더 크게 울렸다. 바다와 산에서 뻘겋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사람들은 감탄하 소원을 빌었다. 지나간 해와 별 다를 게 없이 2020년은 시작되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같은 시간, 바다 건너 중국 우한에서는 2020년을 뒤흔들 코로나바이러스를 잉태하고 키우고 있었다. 2019년 12월 집단 폐렴이 발생했고, 2020년 1월 23일 우한 봉쇄가 이뤄졌다. 우리 정부는 20일 재외국민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발송했으나,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시민들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2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되기 전 또는 확진된 이후로도 무증상 상태일 수 있으며, 감염되고서도 아직 증상이 없는  상태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서야 큰 문제인식했다. 누가 감염되었는지 모르는 상태라면, 외부에서 만나는 누구라도 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고, 나 역시 누구에게라도 전염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아직 낙천적이어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곧 끝날 줄 알았다. 집에 보관 중이던 마스크를 20여 개 남겨두고, 나머지를 회사 동료들에게 쓰라고 나눠줄 정도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돈 주고도 마스크 사기 힘들어졌다. 안경 위로 하얗게 서리는 김 때문에 곤란했지만, 마스크 덕분에 매년 봄, 잔기침하는 시기를 그냥 넘길 수 있었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한 회사일은 새로운 분야라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철근이 가로세로로 엮어진 에는 십자가 모양이 생겼다. 직원들이 해 놓은 작업 사항을 십자가를 밟고 다니며 확인했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콘크리트를 붓기 전 슬래브에서 철근으로 된 십자가의 길을 순례했다. 코브라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독기를 품은 체 서 있는 철근에 다치기도 하면서……. 시민기자 활동은 행사가 줄어들기도 했고, 기사 1급 자격증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매월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신문 기사와 SNS 기사, TV 영상만 겨우 만들어 언론사에 냈다. 시험이 끝나고서야 예전 수준의 활동량을 회복다. 강의는 스스로 생각해도 기법이 늘어났음을 느낄 만큼 노력했다. 시험 보기 이틀 전에도 강의하러 갈 정도로 비중을 뒀다. 2020년 첫 강의는 33년간 근무 후 정년퇴직했던 kt인력개발원(대전)에서 1월 7일에 했다. 퇴직을 앞둔 kt후배들에게 재 취업 방법과 생활 등을 설명했다. 분기별로 이어질 이후 kt강의는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가 뜸해질 즈음 사회복지서비스 쪽에서 다시 강의가 들어왔다. 강의는 반가웠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걱정됐다. 강의장 책상마다 칸막이가 돼 있고, 수강생들이 드문드문 거리를 고 앉은 모습 안심이 됐다. 강의를 하는 나도, 강의를 듣는 수강자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입 앞에 걸친 마스크로 방해받을 내 말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다 보니 세 시간짜리 강의는 목이 아팠다. 쉬는 시간, 물 실 때만 마스크를 살짝 내리마셨다. 어려움을 감내하고 하는 강의이니만큼, 수강자 모두는 아니더라도 몇 사람, 아니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강의를 듣고 변화하기를 바라면서…….

사회복시서비스 설명하면서, 정부로부터 받는 복지보다 스스로 실천하는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했다. 스스로 실천하는 복지를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고, 자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하고, 세상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수강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인 사람만이라도 변화하기를……. 조건부 수급자들이 의무적으로 받는 자활센터 교육이다 보니, 강의를 하는 중에도 수동적으로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상에 엎드려 시간을 때우는 사람도 있었다. 강의 첫 해는 '이 사람들이 왜 이럴까?', '이런 분위기에서  강의의미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몇 년간 강의를 하다 보니 이제는 수강자  분위기에 내가 빠지는 게 아니라, 수강자들을 내 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처음엔 내가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이던 수강자들이 내 강의에 빠져들어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고, 거꾸로 먼저 질문을 해 오기도 한다. 강사 초반기, 강의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게 질문이었다. 강의야 스스로 준비한 내용을 가르치니 막힐 게 없었지만, 준비하지 않은 내용에 관한 질문에 아는 지식이 적은 경우에는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수강자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도 터득했다. 강사인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내 자신을 개방했다. 때로는 내가 겪었던 실패사례, 망가진 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때로는 어렵게 성공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수강자들은 어느 사이 내 곁에서 공감을 다. 이렇게 강의 실력이 증가했음을 느끼는 한 해였다. 2020년에는 내게 10번째인 국가 자격증도 취득했다. 어쩌면 마지막 자격증 도전을 이뤄냈다, 내가 배워본 적 없는, ‘소방설비기사 1급 기계분야’ 자격증 취득을 위해 10달 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어려움을 참아내고 이룬 성과라 기뻤다. 회사일, 강의, 시민기자, 시험공부, 책 읽기, 글쓰기로 2020년 거의 모든 시간이 흘러갔다. 2021년에는 우리를 성가시게 한 코로나 바이러스 물러가리라 믿는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코로나를 극복하고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더라도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야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서울에서 군 생활하며 혼자 지내는 아들을 마음 놓고 보러 가지 못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 아들 결혼하기 전에 더 많이 보살펴 주고, 챙겨줘야 하는 데……. 2020년 마지막 날, 1년을 회상하니 많은 일들이 기억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몇 가지 일과 코로나로 힘들었던 기억만 남겠지. 2020년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코로나를 불러들인 사람들잘 못이지……. 2021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와 사회도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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