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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n 30. 2023

아내의 퇴임을 보면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지혜로워!

6월 30일, 아내가 40년 넘게 근무한 병원에서 퇴임했다.

정식 정년퇴직은 내년 2024년 6월 말이지만,

1년간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출근하지 않는다.

그동안 피곤했을 몸과 마음 충분히 쉬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제2인생잘하리 믿으며 응원한다.

지금까지 고생한 아내가 함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순천에서 일하는 나는 하루 휴가를 내서 올라왔고,

아들은 서울에서 엄마를 축하해 주러 내려왔다.

마중 간 나와 함께 집으로 온 아들이 가방에서

감사패를 두 개 꺼내 우리 부부에게 주었다.

어찌 부모에게 감사패를 만들어 줄 생각을 했는지?

공감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이 나보다 더 뛰어나다.

딸 없는 우리 집에서 하나뿐인 아들은 이따금 딸아이 역할도 해준다.

아빠인 내게도 감사패를 내민다.

“아빠는 왜?” 했더니,

“5년 전 아빠가 정년퇴직할 때는 가 아직 어려서 몰랐었다”라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한다.

역시 나보다 낫네. 기특하고 고맙다.

중학교 졸업 때까지만 우리와 함께 살고,

고등학교 기숙사, 서울에서 대학, 석사, 장교 군 의무 복무, 박사과정 중에 있는 아들이다.

아들은 우리 부부와 함께 산 날보다 공부하느라 집을 떠나 산 날이 더 많다.

엄마에게 선물한 꽃바구니에는 ‘40여 년 일하신, 엄마 퇴임 축하해요. 잘 놀 준비 돼 있죠? ♥ 아들 정ㅇㅇ’이라 적은 메시지가 함께 있었다.

‘잘 놀 준비 돼 있느냐?’고 묻는 센스 있는 아들이다.

난 죽었다가 깨어나도 ‘잘 놀 준비 돼 있느냐?’라고 묻지 못한다.

이미 머리가 굳어서 톡톡 튀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는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내 아내 참 수고가 많았다.

병원에 와서 함부로 말하고 억지 부리는 환자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내가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가서 억지 부리는 환자가 있으면 직원가족이 아닌 같은 환자인 것처럼 한 체 그러지 말라고 면박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제 병원에서 있었던 어려운 일도 아내에게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32년간 근무하고 퇴직하기까지 겪어내야 했던 많은 어려운 일에 아직도 분하고 억울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가끔 추억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그렇다.

아내의 퇴임은 남자인 나의 퇴임과 달랐다.

남자는 ‘떠날 때 돼서 떠나간다’하는 내 마음과, ‘갈 때 돼서 가나 보다’ 하는 직원 마음이 교차해 그저 무덤덤하게 악수하면 그만이었으나,

아내의 경우는 감성이 넘쳤다.

꽃과 화분 및 선물이 가득하고, '꽃길만 걸으라'는 운동화도 있었으며, 나누는 인사말도 뉘앙스부터 달랐다.

인생을 60 넘게 살아보니,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낸다.

나이가 들면 남자와 여자의 성호르몬이 서로 반대가 된다고 하니, 내게도 앞으론 여성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보다 더 많아져 감성 넘치는 때가 올 것이다. 세상을 떠날 때라도 아내처럼 사랑과 축복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지혜롭게 살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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