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새로 다가올 2023년을 앞두고 어떤 기대와 희망이 있었는지 기억해보려 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뭐라고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다. 아예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는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이켜 추측하건대, 가족은 아내 직장 공로연수와 회갑, 아들의 박사 공부 지원에 신경을 썼고, 회사 일은 새로 맡은 현장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가장 중요한 내 건강은 무리하지 않고 그냥저냥 유지하는 것으로 정했을 터다.
2023년 1년이라는 시간, 나는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돌이켜 본다.
태국에서 온 친구에게 순천정원박람회 등 우리나라 관광을 동반하며 안내했고, 가족 4명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연히 발견한 펼침막의 동영상 공모전에 편집한 영상을 제출해 응모해 1등을 하고, 올해도 변함없이 동영상 강의를 했다. 본거지가 아닌 순천에 근무하느라 시민기자 활동은 광주에 있을 때보다 뜸했다. 건강을 위해선 올여름부터 호수공원 옆 산 정상에 올라 운동을 하고, 출퇴근은 변함없이 걸어서 하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등산한다. 가장 오래 걸은 건 오전 10시 집에서 출발해 오후 5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무등산을 등산하며 걸었다. 근 7시간 걸은 것은 최근 몇 년간 없었던 기록이다. 처음엔 조례호수공원 옆 동산도 경사가 심한 곳을 오를 때 헉헉거렸는데, 이제는 웬만해선 지치지 않는다. 모두가 건강한 아내가 함께 걸어 준 덕분이다. 인생 제2막으로 취업한 소방시설공사 일에 대한 실력이 좀 더 늘었다. 아들이 사는 전셋집을 대신할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 잔금 지급 시 아들에게 발생할 증여세 처리 관련 세무사 상담과 자금 확보용 펀드 환수를 위해 펀드 회사 직원과 면담을 했다. 2024년 1월 아파트 잔금 지급을 하면, 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기본 틀은 완성된다. 2023년 아쉬운 일은 지상파 방송국에 영상을 좀 더 만들어 보내야 했는데 많이 못 보냈다. 영어공부와 시 짓기도 많이 하지 못했다. 코로나 19에 감염됐었고, 몸에 난 두드러기로 가려움 때문에 약을 먹었다. 건강을 위해 대상포진과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았다.
매해 반복되는 일이지만, 1년이 지나가려는 시점엔 늘 후회를 한다. 이룬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고,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이 더 많다. 내년엔 무얼 할 것인가? 새로운 현장을 찾아야 하고, 아들의 아파트 입주,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한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아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고 한다. 회사 일 때문에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못 가더라도 아내와 아들이 갔다 올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할 것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 아들의 취업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지원할 예정이다. 7월 공로연수가 끝나면 정식으로 정년퇴직 할 아내의 삶도 외롭지 않고 보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응원해야 하며, 건강이 나쁜 매형과 병간호하는 누나도 응원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새것은 반드시 헌것으로 변하고, 새것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새것은 다음은 자기 차례라며 기다리다가 희망의 새것으로 등장한다. 매번 새것, 새해에 희망을 건다. 어제 뜨던 해가 오늘 또 떴다가 지고, 내일 또 뜬다. 눈을 감았다 뜨면 당연하게 내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건강이 유지되고 있음이 고맙다. 어제는 6개월에 한 번씩하는 초음파, 피검사 결과 등 진료를 받았다. 건강이 악화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무릎 건강을 위해 체중을 줄이고 싶은데, 체중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024년엔 올해보다 체중을 더 빼고 싶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겠다. 과일로 먹는 아침 식사는 계속하고, 가장 식사량이 많은 점심 식사를 33% 줄이겠다. 저녁 식사는 지금처럼 유지하는 대신, 식사 후 귀찮더라도 밖에 나가 호수 산책을 하겠다. 지상파 방송에 보낼 영상을 올해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 내년엔 짝사랑을 더 많이 해야겠다. 시를 향한 짝사랑을 열심히 하다 보면 이루어지는 사랑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바쁜 아들이 동행하지 못할 경우, 아내와의 여행을 위한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겠다. 책상 위에 놓인 영어회화책에서 문장을 골라 하루에 3 문장씩 외우겠다. 2024년 이때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