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을 살다 보니 내 마음에 보풀이 생겼다.
늦은 공부와 힘들게 일을 하다 보니 무리임을 알리는 신호들이 몸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지냈더니 이제 마음에까지 그 증상이 나타났다.
오늘 바다를 묵묵히 내려다보며 나 자신을 찬찬히 관조해 보니,
마음 아픈 것이 몸 아픈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마음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갈라지고,
부스러지고,
풀어헤쳐져 보풀이 되고,
하나하나 보푸라기로 떨어져 나간 마음이
허허로이 가을 하늘을 날아올라 아무 곳이나 내려앉았다.
바람에 팔랑이며 허공을 돌며 날다 떨어지는 노란 낙엽처럼...
그러나 나는 안다.
보푸라기 하나하나가 얽혀서 한 가닥 실이 되고,
그 실이 엮여서 천이 된다는 것을...
보풀진 마음에서 떨어진 보푸라기 하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다.
후우~ 불면 날아가는 보푸라기 같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소중하다.
땅에 떨어진 보푸라기를 쓸어 담는다.
보푸라기일망정 그것도 내 마음이니까...
이 세상 다할 때까지 보듬어 안고 가야 할 내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