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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9. 2016

구름과 새와 하늘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았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방충망을 밀어내고 손을 내밀어 빗방울을 손바닥에 느껴본다.
방충망 없이 밖을 바라보니 너무 좋다.

건너편 아파트도, 단풍 든 잎사귀를 아직도 매달고 있는 나무도 더 맑게 보이고 가깝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엔 회색에 더러는 흰색이 섞인 구름이 가득하다. 하늘 가득한 구름 뒤로 푸른 하늘은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한참을 그렇게 하늘을 보는데, 높은 구름 아래로 세 마리의 새가 구름을 가르며 날아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릴 적에 '나도 새처럼 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었다. 새처럼 훨훨 날아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하늘을 날아와 소식과 노래를 전해 주는 라디오는 내 중요한 친구 중에 하나였다. 또 하늘이 좋아서 나는 군대도 공군을 갔었고, 채팅이 유행할 때 채팅 창의 내 이름은 하늘이었다.
방충망 없이 창문을 열어도 날아들 벌레도 없는 겨울이 다가온다. 앞으론 종종 방충망을 걷어 내고 더 맑게 창 밖을 바라보리라 다짐한다.

내 아이에게도 가끔씩은 창 밖을 내어다 보는 기쁜 여유를 가르쳐 주고 싶다.
내 아이도 그 시절 나처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소망을 가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잘 자고 일어났을까? 시나브로 커가는 아들을 통해 나이 들어가는 나를 창밖에서 엿본다.
하늘...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하늘도 좋다. 구름과 어울리는...
오늘은 내리는 비를 우산 없이 그냥 맞으며 아내 손 잡고 걷고 싶다. 언제나 내 곁에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주는 고마운 아내와 함께 하늘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 뭐든 아내가 원하는 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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