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5. 2016

실루엣(silhouette)

실루엣(silhouette).
잠을 자다 빗소리에 깼다. 날이 새려면 아직 멀어서 밖은 어둡다.

부질없는 이들이 몰고 가는 자동차 소리가 어둠 속에서도 바람소리에 섞여 방충망을 간간이 넘는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아내의 숨결이 느껴진다.
결혼 후 내내 내 곁을 지켜온 아내의 모습이 실루엣으로도 곱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다.


문득 여행지였던 전주 한옥마을 숙소에서 새벽에 보았던 잠자리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 배에 머리를 얹고 다리는 내게 걸친 체 잠자는 아들의 실루엣이 사랑스러웠다. 아들의 머리가 무거웠을 텐데도 아내는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들을 사랑하는 아내는 어쩌면 꿈속에서도 아들을 보듬어 안고 자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내는 꿈속에서 나와 아들의 모습을 볼까?
내가 꿈속인 듯 아닌 듯 아내의 실루엣을 보고 있듯이...?
여러 생각 속에 잠 못 드는 새벽,

새의 소리가 들린다.

새도 잠꼬대를 할까?
새가 나뭇가지에서 반쯤 뜬 눈으로 보는 세상의 실루엣은 어떤 모습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해가 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