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silhouette).
잠을 자다 빗소리에 깼다. 날이 새려면 아직 멀어서 밖은 어둡다.
부질없는 이들이 몰고 가는 자동차 소리가 어둠 속에서도 바람소리에 섞여 방충망을 간간이 넘는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아내의 숨결이 느껴진다.
결혼 후 내내 내 곁을 지켜온 아내의 모습이 실루엣으로도 곱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다.
문득 여행지였던 전주 한옥마을 숙소에서 새벽에 보았던 잠자리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 배에 머리를 얹고 다리는 내게 걸친 체 잠자는 아들의 실루엣이 사랑스러웠다. 아들의 머리가 무거웠을 텐데도 아내는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들을 사랑하는 아내는 어쩌면 꿈속에서도 아들을 보듬어 안고 자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내는 꿈속에서 나와 아들의 모습을 볼까?
내가 꿈속인 듯 아닌 듯 아내의 실루엣을 보고 있듯이...?
여러 생각 속에 잠 못 드는 새벽,
새의 소리가 들린다.
새도 잠꼬대를 할까?
새가 나뭇가지에서 반쯤 뜬 눈으로 보는 세상의 실루엣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