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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13. 2016

스위스 취리히 호수와 외국어

취리히, 베른보다는 더 크고 번화한 도시다.
20년 전 방문했던 제네바와 견줄만하다. UN 사무소가 있는 제네바는 국제도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리히는 제네바와 베른의 중간쯤 될까? 제네바에 레만 호수가 있다면 취리히에는 취리히 호수가 있다.

취리히 시내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따라서  도로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줄을 서 있다. 이 길을 따라 겄다가 트램을 타고 호수로 갔다. 호수라기에는 너무도 커서 바다 같았다.
아내의 말대로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이 취리히 호수를 중심으로 호숫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아파트가 비싼 것처럼 이곳도 호수를 바라다볼 수 있는 집이 더 비쌀까? 이런 생각부터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면서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떠 올랐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턱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집이구나!'하고 소리친다...]
숫자로 세상을 보기보다, 보이는 사물 그대로 세상을 보고 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그립다.

우리도 취리히 시민들과 어울려 호수를 따라 걷고, 쉬며 자연을 감상하는 여유를 즐겼다. 남이섬에서 물을 따라 걸을 때의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남이섬보다 몇 백배 더 크고 좋지만...
다만 화장실이 유료인 점은 싫었다. 아이들 간식을 위해 들린 맥도널드 상점에서도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했다.

취리히에 도착하자마자 24시간 동안 시내 교통편 어느 것이나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사서 호주머니에 담았다. 역 근처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였다. 어렸을 때 서울 외가에서 자란 나는 서울시내를 달리던 전차 생각이 난다. '땡땡' 소리를 내며 달리던 전차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엄마 손 잡고 전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바라보던 서울. 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작은 키의 어린아이였던 나의 눈엔 한 없이 크고 넓은 도시였다. 그때의 전차를 지금 이곳 유럽에서의 트램이라 할 수 있을까?


베른에서 아침식사 후 바로 출발해서 취리히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위해 아들이 호텔 지배인과 이야기하는데 'you are lucky, because...'라는 문장이 들린다. 일찍 왔기 때문에 오전 체크 인을 하는 경우 추가 요금을 받는데 마침 트리풀 룸 빈 것이 있으니 두 방 모두 무료로 오전 체크인을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부딪치고 볼 일이다.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들이 현지인들과 영어가 아닌 불어와 독어로 대화하면 곁에 선 나는 나중에 아들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한다. 외국 여행에 언어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자유여행하면서 절감한다. 아이들도 그걸 알았는지 '나도 형처럼 외국어를 잘 하고 싶다'며 초등학생 아이는 아들에게 매달려 독일어를 배우고, 중학생은 영어를 배운다. 초등학생 아이가 더 열심히 한다.
속성으로 배운 영어와 독일어로 엄마가 준 과제 - 상점에 가서 쵸코렛과 과자를 사 오기 - 를 해낸다. 아이들이 작은 성공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더니 스스로 나서서 호텔과 식당에서 부딪쳐 본다. 학습 심리학에서 배운 데로 이런 작은 성공들이 더 큰 성공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이들은 빨리 배운다.

나도 아들에게서 배운다. 여행하는 기간 내내 내 스마트폰은 비행기 모드다. 이는 와이파이를 잡지 않으면 인터넷이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구글지도앱을 구동시키고 나서 갈 곳들을 미리 검색하고, 그 장소를 찾아 저장해놓으면 wifi가 되지 않는 곳에서도 GPS만 켜져 있으면 구글맵을 통해 내 위치를 확인 가능하므로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움직이는 내 위치가 같이 표시되므로 방향을 잡아 갈 수 있었다.
독일어 안내 표지판을 보고 아들에게 뜻을 물어 배운다. 트램이나, 기차, 성당, 상점 등에서 안내를 하는 단어가 스위스의 공용어인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로만 쓰여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어 단어와 유사해서 알아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물어봐서 이해를 해야 했다.

우리나라처럼 한글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4개 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위스는 어떤 불편을 겪을까? 궁금해진다.
장점은 스위스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자라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의 다양한 언어 자극은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의 발달을 가져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스위스는 거리 상점의 간판이 우리처럼 복잡하고 들쭉 날쭉하게 되어있지 않고 단순하다. 그래서 눈이 편하고 간판의 내용이 더 잘 들어온다. 우리나라처럼 서로 눈에 잘 뜨이게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 않고 눈만 피곤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와 대조가 된다.
또 도로 위를 전기에 의해 달리는 트램이 발달되어 있어서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발달해  도로가 자동차로 혼잡하지 않으니 더더욱 매연이 적다. 도심의 공기가 쾌적하고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 일행이 스위스에서 살고 싶다고 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하다.
시민 교육에 참석해서 들었던 강의중에 북유럽에 위치한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한다는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는 나라와 정치인만 되면 갑질부터 하는 나라가 비교된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를 볼 때마다 외국의 Noblesse Oblige를 생각하게 된다. 외국에 나와 있으니 우리나라와 외국을 더 자주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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